"내 소설은 대중성·상업성 없어…독자들, 소설읽기 다르게 생각해주셨으면"

"제가 여태 써온 소설들은 인간에 대한 질문들을 붙잡고 씨름하는 소설들이죠. 호기심을 갖고 질문을 나눠 갖는 마음으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한국인 최초로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은 16일(현지시간) 밤 영국 런던의 빅토리아앤드알버트 뮤지엄에서 2016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자로 발표된 후 "예상치 못했던 결과여서 놀랐고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공식 만찬자리에서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자 환호와 박수가 일제히 터져 나왔다.

▲ 시상직 전 번역자 데버러 스미스와 함께 포즈 취한 한강(AFP=연합뉴스)

'채식주의자'는 작년 1월 영국에서 영문명 '더 베지터리언'(The Vegetarian)으로 출간된 뒤 가디언, 인디펜던트지 등 유수 언론으로부터 대대적인 호평을 받았다.

한강은 수상하게 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단 한국에 훌륭한 동료와 선후배 작가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좋은 번역자와 편집자를 만나서 굉장히 행운이라고 생각하는데 앞으로 이런 일들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채식주의자의 주인공 영혜였다면 어떤 수상소감을 말했을까를 묻자 그는 답변을 주저했다.

"영혜는 인간에 속하기를 원하지 않고, 결백의 가능성을 믿었던 인물입니다. 그래서 아마…이 질문 대답하기 좀 어렵네요. 너무 어려운 질문이네요…(웃음)“

한강은 채식주의자의 수상이 문학계에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긍정적인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 소설은 상업성이나 대중성이 없는 소설이며, 인간에 대한 질문들을 붙잡고 씨름하는 소설들"이라며 "만약 이번 수상을 계기로 독자들이 소설 읽기를 좀 다르게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독자들에게 "조금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내치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을 갖고, 질문을 나눠갖는 마음으로 읽어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한강이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하면서 한국 문학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한강은 "묵묵히 자신의 글을 쓰고 있는 동료 선후배 작가들을 지켜봐 주시면 정말 좋겠다"고 말했다.

맨부커상 수상자에게는 국제적인 명성도 따른다는 인식에 대해서는 "일단은 제게 중요한 것은 제가 계속 글을 쓸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하나의 작품을 쓸 때마다 '작품을 완성할 수 있을까?'라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그렇게 때문에 아마 이런 상을 받은 것도 곧 잊어야 할 것이고, 곧 잊게 될 것이다"고 했다.

한강은 다음주 출판사 문학동네에서 '흰'이라는 신작을 펴낸다. 시 65편으로 구성된 작품은 어떻게 보면 소설로도 읽힐 수 있다는 것이 한강의 설명이다. 그는 맨부커상 후보에 오른 동안에도 계속해서 집필에 매달렸다.

그는 "세상의 흰 것들에 대해서 쓴 책"이라며 "제가 요즘 고민하는 삶의 발굴, 빛. 더럽히려야 더럽힐 수 없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한강이 이날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이라 불리는 권위있는 상이다.

그는 수상 직후 연단에 나와 "10년 전쯤에 쓰인 책으로 지금 이런 상을 받게 된 것이 이상하게 느껴진다"며 "책을 쓰는 것은 내게는 질문하며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가능한 한 계속해서 질문 안에 머물고자 노력했다"며 "때로는 고통스러웠고, 힘들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한강은 "저는 여전히 계속 나아가고 있다"며 "이제는 아름다움과 빛과 같이 어떻게도 파괴될 수 없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독자에게 전하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깊이 잠든 한국에 감사드린다"며 "(독자들이) 나의 질문을 공유해줘서 감사하다. 이 기쁨을 가족과 친구와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