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년 만 가마솥 더위에 에어컨 설치·주문량 평소의 50% 신장
여름용품 판매 급증·물놀이시설 조기개장…농민 농작물 고사 ‘노심초사’

(동양일보 경철수 기자)한 낮의 수은주가 30도 안팎을 오르내리는 ‘5월 불볕더위’가 나흘째 계속되면서 여름용품을 판매하는 지역유통가와 물놀이시설들이 때 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반면에 모내기와 결실기에 접어든 농가에는 수위·수온 조절에 안간힘을 쓰면서 혹시라도 농작물이 폭염에 말라죽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22일 청주기상지청에 따르면 이날도 역시 청주와 충주, 영동 추풍령의 한낮의 기온이 30도 안팎을 오르내리는 무더위가 계속됐다.

31도를 기록한 충주 지역은 1972년 관측이 시작된 이래 5월 중순(11~20일) 날씨로는 44년 만에 가장 더웠다. 5월 평년 최고기온(24~25도)보다도 7도가량 높은 수치다. 같은 날 서울의 기온도 30도를 웃돌며 관측을 시작한 1932년 이후 84년 만에 5월 기온으로는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이처럼 때 이른 무더위가 계속되자 여름 가전업체와 화장품 매장, 청주도심 근교의 물놀이 유희시설은 때 아닌 여름특수를 누리고 있다.

청주시 상당구의 한 유명브랜드 에어컨 업체는 요즘 한꺼번에 주문이 몰리면서 이른 아침부터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이 업체는 나흘 전부터 무더위가 시작되자 에어컨 설치 예약이 평소의 50% 이상 늘었고, 보통 7∼8월에 몰리는 에어컨 가스 충전 주문도 벌써부터 들어오기 시작했다.

청주시 서원구의 한 종합가전판매장은 선풍기와 에어컨, 냉장고 등 여름가전용품의 매출이 전년 동월대비 12% 정도 늘었다. 또 지역 유통가는 보름 정도 앞당겨 여름용품 상품진열 양을 늘리고 있다.

청주의 중심 상권인 성안길의 화장품 판매점에도 보습제와 자외선차단제 등 여름철 기능성 화장품을 구매하려는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청주시 상당·서원구의 어린이 물놀이유희시설들도 평년에 비해 앞당겨 시설 개장에 들어가면서 손님맞이에 분주했다.

대형마트들은 여름 특수를 겨냥해 에어컨과 선풍기, 물놀이용품, 수영복 등 여름용품들을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여름용품의 매출신장이 눈에 띠게 증가하면서 물량 조절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반면 농촌에서는 갑작스런 폭염에 결실기로 접어든 비닐하우스 내 농작물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또 모내기철로 접어들면서 논의 물 수위 조절 등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막 파종을 마친 토마토, 고추, 오이, 수박, 딸기 등이 강한 햇볕에 타 죽지 않도록 비닐하우스 내 온도와 습도 조절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충북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5월 한낮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비닐하우스 통풍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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