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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충북여성백일장 수필부문 장원 수상작
2016 충북여성백일장 수필부문 장원 수상작
  • 박장미 기자
  • 승인 2016.05.23 2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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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충북여성백일장’이 지난 21일 오전 10시 청주 삼일공원에서 열렸다. 여백문학회가 주최·주관하고 동양일보와 뒷목문학회가 후원한 이 백일장은 참신하고 역량 있는 여성문학인 육성을 통해 충북지역 여성문학을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시상식은 같은날 오후 4시 30분 충북예총회관 1층 따비홀에서 열렸으며, 모두 17명이 수상했다. 시 부문 장원은 나오지 않았다. 동양일보는 지면을 통해 수필 부문 장원 수상작과 수상자 인터뷰, 심사평을 싣는다.

 

●수필 부문 장원 수상작

김정혜 ‘마음의 소리’

 

어릴 적 나의 몸에서는 소똥냄새가 났다.

금방 목욕을 하고 난 이후라도 그 냄새는 늘 따라다닌다.

언제부터인가 철이 들기 전 예닐곱살 때부터인 듯싶다.

당시 국민학교(초등학교)를 입학할 무렵 빈농인 집안에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길은 한우를 키우는 일이었다.

사립문 옆에는 마굿간이 있었는데 많으면 다섯 마리 정도이고 최소한 두세 마리의 소들이 살고 있었다.

학교가 파한 후 집에 오면 책가방을 내려놓기 무섭게 소를 몰고 가까운 야산으로 가는 것은 언제나 나의 몫이었다.

둘째딸인 나는 이 일이 너무 싫었다. 등이 푹 꺼진 소가 빵빵하게 배를 채울 때까지 그 무료함을 달래기란 소똥냄새보다 더 싫었고 그럴 즈음 하나님은 왜 여자와 남자를 만드셨을까? 이왕 만드시려면 공평하게 만드시지 남자의 갈빗대로 여자를 만들었을까? 아직 어린 나이지만 여자란 큰 소리를 내어도 안되고 밥상에서 밥을 먹어도 안된다는 할머니의 말씀이 내 가슴에 자리 잡은 순간부터 이런 궁금증은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

삼대독자 집안에 언니나 아래 여동생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둘째딸인 나는 늦게 얻은 남동생에게 베풀어지는 모든 것들이 어린 나의 의식 속에 굴절된 경험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흥. 할머니는 여자 아닌가”

아무리 흉년이 들어도 남동생 밥그릇 속에 담겨지던 하얀 쌀밥들… 허멀건 시래기(우거지)죽을 목구멍으로 꾸역꾸역 삼키면서도 눈길은 남동생의 쌀밥 그릇을 떠날 줄 몰랐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곤 ‘여자는 많이 배우면 팔자가 세어서 안된다’는 할머니의 억지논리에 하얀 칼라의 교복을 입은 친구들이 부러워 입으로 눈물을 삼켰고 그 후로 소들과 나는 친구가 되어 버렸다. 친구인 소들에게 여물주고 죽 끓여주는 것은 그런대로 할만하지만 소똥을 주워다 말려 땔감으로 쓰는 일을 할 땐 그 어느 때보다 진하게 집안 구석구석을 소똥냄새로 채웠을 것이다. 나의 마음만큼이나…….

나는 참으로 여자로 태어난 것이 싫었다. 가끔 동네 어른들이 나를 보고 “하나 달고 나오지 쯧쯧… 하나 달고 나왔으면 저 고생을 안할텐데”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엄마! 나도 고추 하나 사서 달아줘 응. 나도 남자할거야” 울며 떼쓰다 빗자루로 맞은 그 자리에 아픔 하나 얹혀있는 것만큼 남자가 되고 싶었다.

나는 여자의 아픔을 안다.

며칠 전 TV에서 여자들이 먼저 실직 대상이 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똑같이 공부하고 같이 입사한 직장이라도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먼저 쫓겨나고 나중 진급되는 이런 사회가 난 밉지않다.

그 이유는 나의 할머니와 같은 여자이면서 여자를 싫어하는 이상한(?) 가치관이 만들어낸 유산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릴 적 남동생의 책가방속을 들여다보고 또 보고 학교 갔다 오면 아무렇게나 훌쩍 집어던져 놓은 교복을 몰래 입어 볼 때 마음에서 들리는 소리 하나가 있었다. “시골에서 소나 키우며 처녀 농군으로 살수만은 없잖아…….”

며칠을 밤잠 설치며 계획한 멋진 탈출을 시작하던 날 서울 가는 밤기차를 탔다.

무작정 나선 서울생활이 쉽지는 않았지만 살아야 한다는,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는 마음의 소리 그것 하나로 인하여 오늘 이 자리에 있음이 감사하다.

나는 여자로 태어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소똥냄새로 화장을 하던 유년의 기억 저 너머로 나를 바른길로 인도한 마음의 소리가 있다.

 

-수필 부문 장원 김정혜씨

“글을 쓸 수 있어서 기쁩니다”

 

 

“그동안 먹고 사는 게 바빠 글을 쓰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충북여성백일장을 계기로 글을 다시 쓸 수 있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이렇게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해줘 감사합니다.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저를 너무 기쁘고 행복하게 합니다.”

‘2016·충북여성백일장’ 수필 부문 장원 수상자인 김정혜(62·청주시 영운동)씨는 유년 시절 이야기가 담긴 ‘마음의 소리’로 수상의 기쁨을 안았다.

그의 수필 ‘마음의 소리’는 빈농의 집안에서 2남 3녀 중 둘째딸로 태어나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쇠똥을 주워 생활하던 처지를 한탄하다 “평생 여성농군으로는 살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서울로 올라가 생활하며 여자의 자리를 오히려 아름다움으로 바라보게 됐다는 과거의 기억을 녹인 작품이다.

김씨의 작품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쇠똥을 줍는 여자의 마음과 신세를 소재로 삼은 것이 매우 참신했고 독특했으며 글제를 구현해 나가는 짜임이 탄탄하고 문장력도 돋보였다”는 평을 했다.

김씨는 과거의 아린 기억은 이제 무뎌져 더 이상 아프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가끔 그 시절을 기억할 때 울컥하는 마음은 있다. 그래도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어엿한 마음을 갖게 했다.

문학에 대한 꿈은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현실은 꿈과의 거리를 자꾸만 멀어지게 했다. 30대까지는 종종 쓰던 글도 이후부터는 쓰지 못했다. 그 시절 이루지 못했던 문학의 꿈에 이번 백일장을 시작으로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됐다.

딸과 함께 백일장에 참가했다는 김씨. 이번 수상 소식에 가장 기뻐했던 사람도 딸 양지영(28)씨다.

“올해 봄부터 글을 다시 쓰고 싶다는 계획을 갖고 있던 중 신문에서 여성백일장이 열린다는 글을 봤어요. 참가에 의의를 두자는 마음에 딸에게 접수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저보다는 딸이 수상하기를 바랐는데 제가 장원이 됐네요. 다음에는 딸도 이런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길 바랍니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이해인 수녀. 그의 작품 ‘꽃삽’을 즐겨 읽는다.

김씨는 “50여년이 지난 현재 그 시절을 기억하면 아직도 울컥하지만 나를 성장시킨 좋은 기억으로 승화시키려 노력했다”며 “이제 글도 꾸준히 써서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고 싶다”고 밝혔다.

●심사평

올해 2016년 충북여성백일장엔 72명이 참가했다. 이 중 시 부문 31편, 수필 부문 41편이다. 시 제목은 ‘오월의 빛’과 ‘그리움’이고, 수필제목은 ‘빈의자’와 ‘마음의 소리’였다.

먼저, 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장원작품이 없어 매우 안타까웠으며, 차상으로 ‘오월의 빛’이 차지했다.

나무가 햇살을 껴안고 자라나 오월의 숲으로 거듭나서 무르익어 간다는 내용을 간접화법으로 전했다.

‘햇살에 점화된 등불처럼/깡마른 어둠 한꺼풀/동그랗게 벗겨내는 나무는’이라는 시각적 표현이 시를 많이 다뤄본 솜씨가 엿보인다.

차하 ‘오월의 빛’은 담장에 핀 자신의 삶에 빗대어 표현한 작품이다.

‘허공 향해 휘두르는 숨 멎은 자맥질’처럼 시적자아도 늦은 출발이지만 장미처럼 붉어진 참회를 다시 시작하려는 각오가 있어 새로웠다.

또 다른 차하 작품 역시 ‘오월의 빛’이었다. 제비꽃을 닮은 친구이야기를 은유적으로 그려내어 아름다운 우정을 오월의 빛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수필 부문에선 장원작품이 나왔다.

장원작품은 제목이 ‘마음의 소리’로, 딸로 태어나 상급학교에 진학 못하고 집에서 쇠똥을 주워 생활하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다, 이러한 잘못된 관행은 남존여비 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같은 여자로 태어난 옛 할머니들이 이를 감수한 자기희생적인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고, 딸 된 핸디캡의 입장을 살리려 서울로 가서 생활하게 된 것이 현재의 어엿한 마음을 갖게 한 것에 감사하는, 즉 여자의 자리를 오히려 아름다움으로 바라보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쇠똥을 줍는 여자의 마음을, 신세를 소재로 삼은 것이 매우 참신했고 독특했으며 제목인 ‘마음의 소리’를 자신 있게 처리한 점이 좋았다. 이를 구현해가는 짜임이 탄탄하고 문장력도 돋보였다.

차상작도 역시 ‘마음의 소리’로, 젊어서 자식들에게 모든 걸 희생하다가 이들 자식들에게 봉양을 기대할 수 없는 현실에서 가난한 처지가 된 노인들의 노후생활을 보고 자신의 미래의 노후도 그렇게 될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의 소리’를 잘 나타낸 작품이다.

여러 작품들 중 소재가 역시 색달랐으며 제목에 걸맞게 맞춰나간 짜임도 훌륭했다.

이번 백일장에 많은 인원이 참가했고, 수준도 꽤 놓은 점은 심사위원들을 기쁘게 했다.

 

■ 심사위원(가나다 순)

<시 부문> △나기황(시인) △신영순(시인) △이송자(시인) △조철호(시인)

<수필 부문> △김길자(수필가) △김다린(수필가) △김송순(동화작가) △박희팔(소설가) △안수길(소설가) △장우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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