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가 5월 말부터 충북도내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농업인 월급제’를 시행한다.
시는 올해 농업인 월급제를 통해 이달 말부터 10월까지 6개월 동안 수매 약정금의 50% 범위 내에서 매달 약정한 날짜에 최소 30만원에서 최대 200만원까지 농가에 지급할 계획이다.
농가에서는 가을에 농산물 판매대금으로 이를 갚으면 된다.
농협을 통해 지난 20일까지 신청을 받은 결과 164명이 접수했으며 이들이 지급을 요구한 금액은 모두 12억2000만원이다.
월별 지급액을 보면 50만원 이하 41명, 50만원 이상 100만원 이하 30명, 100만원 이상 150만원 이하 28명, 150만원 이상 200만원 미만 10명, 200만원 55명 등이다.
접수는 마감했지만 서류 처리가 늦어진 농민도 상당수 있어 올해 이 제도를 이용할 농민은 200명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제도는 2013년 경기도 화성시가 벼농가에 첫 도입한 이후 충북 청주, 전북 완주·임실, 전남 나주 등 전국 8개 지자체로 확산되고 있다.
농협이 농산물 매출채권을 담보로, 약정 금액을 월 단위로 나눠서 주는 ‘무이자 대출금’이다. 지자체가 보증하고 이자도 대납해 준다. 돈이 마른 농가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별로 없는 제도인 것이다.
지금은 듣기 힘들게 됐지만 예로부터 선조들은 봄철을 춘궁기(春窮期)라고 불렀다. 가을에 수확한 곡식은 다 떨어지고 햇곡식은 아직 익지 않아 먹을 것이 귀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먹을 것으로 궁핍할 일은 없어졌지만 아이들 학비며 생활비에 농자재까지 구입해야 하는 농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것은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농촌의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도입한 것이 바로 ‘농업인 월급제’이다.
수확기에 소득이 집중되는 농민은 이자부담 없이 돈을 쓸 수 있어 생활 안정에 도움이 된다. 지자체의 입장에서는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벌일 수 있는 농민복지사업이고, 농협도 지자체가 보증해 주니 안정적인 여신관리가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벼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벼 수매가 이뤄진 후에나 목돈을 손에 쥐게 된다. 사실상 이때를 제외하곤 별다른 수익이 생기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수입이 들쑥날쑥한 탓에 생활이 불안정해 어려움을 겪는다.
최근 청주시가 도입한 농업인 월급제를 통해 영농준비와 생활비 등 계획적인 지출이 필요한 농가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소득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는 한계가 있지만 만성적인 농가 부채에 허덕이는 농민들로서는 이자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또 계획적인 영농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농민들도 월급을 받는다는 자긍심과 함께 안정된 소득으로 영농의욕을 고취할 수 있다는 효과 또한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농가경제의 현실을 생각할 때 이 제도가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한다. 공짜 월급이 아니라 분명 무이자 대출이기 때문에 이상기후 등으로 흉년이 들거나하면 농가에 고스란히 부채로 남을 수 있어서다.
자치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시행되는 경우가 많아 제도의 안정성도 떨어진다. 월급에 대한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지자체의 애로사항도 제도의 무한 확장을 어렵게 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흉년이 들 경우를 배비한 농가부담 완화 대책이나 지자체의 예산지원 방안 등을 중앙정부가 적극 나서서 마련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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