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국문학관 유치를 두고 각 지자체간 경쟁이 뜨겁다. 24일 현재 전국적으로 20여개의 자치체가 유치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충청권에서도 대전시를 비롯, 충남도, 보령시, 충북 청주시, 옥천군이 뛰어들었다.
국립한국문학관은 한국 문학과 문학인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관리, 보존, 조사하는 곳으로, 2019년까지 국비 446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문학진흥법이 지난해 말 국회에서 통과되고 지난 2월 3일 공포됨에따라 이 법의 18조 ‘문체부장관이 국가를 대표하는 문학관으로 국립문학관을 건립’하도록 규정해 놓은 것을 바탕으로 건립 후보지 공모가 실시되고 하반기부터 설계에 착수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문학관 건립은 수백억대에 이르는 사업비가 주는 경제적 효과를 차치하더라도 그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큰 사업이다. 국가 차원에서 우리의 근현대 문학 100년 역사를 집대성하고 이를 통합관리하는 전초기지가 생긴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업 시행이 발표되자 그동안 전국 지자체는 걸출한 문인을 배출한 문향(文鄕)임을 내세워 너나없이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문체부는 25일까지 지자체별로 최대 2곳까지 건립부지 신청을 받고, 서류 및 현장실사를 거쳐 6월말 우선협상대상 후보지를 선정하고, 올해 안에 건립 부지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벌써부터 ‘수상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문학적 위상과 한국문학의 본산이라는 상징성을 두루 갖춘 곳이 선정돼야 마땅한데도, 일부에서 정치권의 개입 논란이 자꾸 불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 할 수 있는, 그래서 박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대구에 한국문학관이 건립돼야 한다는 주장이 그 곳 지역을 중심으로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미 지난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국문학관 건립을 건의하고, 한국문학관이 유치되면 대구 중구 향촌동의 대구문학관과 이상화 고택, 이육사 고택으로 이어지는 민족시인거리를 조성하겠다며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한국문학관의 건립에 ‘정치논리’가 개입되서는 안된다. 한국문인협회와 한국작가회의 등 5개 단체는 “부지 선정은 공간적 상징성, 미래를 위한 확장성, 전국민적 향유를 위한 접근성, 세계문학과의 관계형성을 위한 국제교류 가능성을 고려한 상태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 문학의 총합이요 본산이 될 이번 한국문학관 건립에 투명하고 공정한 룰이 적용돼야 한다는 말이다.
충북은 청주시와 옥천군을 복수 선정해 추천하기로 했다. 현존하는 세계최고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의 고장이라는 것과, 걸출한 시인 정지용을 배출했다는 것이 그 배경이다. 그러나 대구의 광범위한 유치 노력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보다 적극적이고 치밀한 노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협상 대상 후보지를 어떤 룰에 의해 선정하느냐는 거다. 여기엔 모든 국민이 납득하고 수긍할 만한 객관성과 형평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어디가 선정되더라도, 우리 문학의 100년을 보여줄 수 있는 문학관이라는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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