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규(목사)

▲ 김창규(목사)

1985년 12월 28일에 청주시 문화재 149호로 지정 등록된 성당은 예전 교동초등학교 뒤에 자리한 곳이다. 지금은 교육과학연구원이 지어져 있는 바로 뒤 낮은 산 위에 있어 아름답고 수려한 청주시 구도심 옛 경치를 조망할 수 있다. 우암산 올레 길로 통하는 중요한 거점 지역이다. 나무가 100년 가깝게 울창한 숲을 이루어서 참으로 보기 좋은 성당이었다. 회화나무, 팽나무, 참나무, 메타세콰이어, 중국단풍나무, 아카시꽃나무, 목련나무 등등 오래된 나무가 문화재성당을 빛나게 하고 있었다.
 이 교회의 명칭은 ‘대한성공회 청주성당’이다. 청주지역의 성공회는 1920년 진천성당에 재임하던 올레(George.E.Hewlett, 유신덕) 신부가 전교 활동을 시작하면서 널리 퍼져가게 되었다. 이곳 청주 성당은 한옥 단층으로 너무 아름다운 성당이다. 청주에서 어떤 건축물보다도 아름답다. 성당 주변은 울창한 숲으로 더한층 푸르고 시민들의 등산로에 그늘로 좋은 곳이었다.
  1922년에 설립되었고 1932년에 성직자가 상주하면서 다음해 사제관을 신축하였으며, 1935년 6월에 현재의 성당이 쿠퍼(Cecil Cooper, 구세실) 주교에 의해 축성되었다. 이 때 영국 버밍햄에 있는 그레고리 교회에서 성당을 건립하는 데 많은 지원을 하였으므로 ‘그레고리 기념성당’이라고도 불렀다.
 성당은 한ㆍ양 절충식 건물로 모두 32칸이며, 내부는 2열 10개의 목조 열주에 의해 자연스럽게 회중석(會衆席)과 측랑(側廊)이 구분되는 삼랑식(三廊式)이다. 그리고 외형상으로는 강화 성공회 성당과 마찬가지로 장방형 성당의 동쪽 끝에 후진을 둔 바실리카 양식을 따르고 있다. 창문은 상부를 아치형으로 꾸몄으며 출입문의 상부는 네모의 교살창으로 되어 있다. 벽체는 외벽을 벽돌과 콘크리트로, 내벽은 석회로 마감하였다. 이 건물은 한옥의 구조를 갖추면서 서구 건축양식이 가미된 형태로 지어진 성당건축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필자는 성당의 건축물을 자랑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건축물에 들어간 소나무는 백두산에서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니 성당 안에 있는 대들보나 기둥은 최소 100년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곳 성당에 신부가 작년 3월에 새로 부임했는데 교회위원들과는 의논하지 않고 나무를 절대 베어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도 상의 없이 성당 주변의 큰 나무들을 임의로 모두 베어내고 말았다. 최소한 수령 80~100년은 되었을 나무들이다. 한두 그루가 아니라 전부다. 이런 나무를 죽이는 천인공로할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신부의 권위가 나무를 함부로 베어도 된단 말인가? 청주시 문화재 관리위원들은 무엇을 했단 말인가?
 나무들은 전기톱에 잔인하게 잘려나갔다. 흔적도 없이 나무들이 치워져버렸다. 신부가 왜 이런 일을 벌였을까? 보는 사람들의 입장에 따라서 다르다고 변명하는데 교회가 나무를 베어냈다고 교회가 돋보인다면 그게 정답일까? 오래된 참나무나 회화나무와 팽나무는 가구의 재료로도 쓰인다. 그리고 예로부터 회화나무는 궁중과 양반집에 심어 가꾸었다. 회화나무 두 그루가 있었는데 아깝게도 볼 수 없게 되었다.
 그 교회 교인들은 마음이 불편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다. 신부가 한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 교회 바로 옆에 사는 목회자이다. 도저히 두고 볼 수 없는 일이라 팬을 들었다. 어찌해서 나무를 함부로 베게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신부가 제 정신이 아닌 게 분명하다. 정신이 올바로 박힌 사람이라면 이래서는 안 된다. 환경과 나무를 보존하고 가꾸어도 시원찮을 사람이 함부로 나무를 베었다. 나무가 한곳에서 80년, 100년을 지켰다. 그런 나무를 베도록 허락한 문화재 담당 시청직원은 없었을 것이다. 당장 가서 문화재 가치로서 보존되고 해야 할 주변 환경이 파괴되었다면 담당자는 어떻게 일을 처리해야 할까? 그런 신부를 고발해야 한다. 나무를 함부로 베어내고 죽이는 것도 죄이다.
 4대강을 반대하고 살리기 위해 성공회 신부들이 나서서 앞장을 섰던 일을 기억한다. 자연환경과 창조질서의 보존을 위해야 할 신부가 자신은 여기서 앞으로 5년 있다가 다른 사역지로 떠날 신부이다. 아까운 나무를 베어버리고 책임도지지 않고 떠나가게 될 것인 데 마음이 편하다면 그것은 사제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나무를 신부 마음대로 베어낸 책임을 지고 청주시민들에게 용서를 빌고 그 교회에서 떠나는 것이 옳지 않을까? 나무를 함부로 죽게 만든 참으로 나쁜 신부를 보았다. 나무야, 나무야, 슬픈 나무야, 죽어가면서 얼마나 살려달라고 고통 속에서 호소했을까.

--------------- 김창규 목사 약력

1954년 충북 보은군 내북면 법주리 출생 / 한신대학 졸업, 한국기독교장로회 나눔교회 담임 목사, 한국기독교장로회 생태공동체 운동본부 공동대표 / 시민권익지킴이 상임대표, 5.18광주민주유공자 / <분단시대>문학동인, 창비신작시집<그대가 밟고 가는 모든 길위에>발표로 작품횔동 시작 /  개인시집: <푸른벌판>외 2권 / <살림문화>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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