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델의 집 ‘렛츠! 당사자연구’ 한국어판 발행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일본 홋카이도 남쪽 끝 우라카와. 그곳에는 정신장애인들의 공동체 ‘베델의 집’이 있다.

베델의 집은 1984년 우라카와에 있는 적십자병원에서 근무하던 무카이야치 이쿠요시씨가 설립한 것으로 그가 근무하던 병원의 정신과를 다녀간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면서 베델의 집이 출발하게 됐다.

이곳에서 실천하고 있는 ‘당사자 연구’의 이야기를 담은 ‘렛츠! 당사자 연구’가 한국어로 번역돼 출판됐다.

당사자 연구는 정신장애와 그 치료에 있어 수동적 위치에 머물렀던 당사자가 주체가 되는 연구이며 베델의 독특한 철학을 토대로 한다.

베델의 집 사람들이 당사자 연구를 통해 더 나아지고 있는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정신보건전문가들을 비롯한 일반 독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다.

이 책의 이야기들을 조금 더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면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하는 놀라운 언어의 위력, 그리고 말하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장애를 ‘질병(증상)과 치료’에서 ‘고통(고생)과 연구’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동료들과 함께 그 ‘고생’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하고 질병과 치료에 있어 수동적이었던 사람들이 적극적이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사람이 된다.

또 이 과정에서 당사자들이 스스로 붙인 자기병명은 새로운 소통의 도구가 되며 자기가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직면할 수 있다.

책은 이렇게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고통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거나 자기병명을 붙이며 연구하는 등 스스로가 치유의 주체가 되며 고통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렇게 당사자들이 장애의 고통에서 해방되는 모습은 책에 담겨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희망을 전한다.

렛츠! 당사자 연구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억압적 통제방식이 만연해 있는 우리 사회에 독특한 철학과 실천방식을 가진 베델의 당사자 연구를 소개함으로써, 그것이 가진 철학적·실천적 의미를 나누고 있다.

또 이 책은 정신장애에 관한 새로운 대안을 보여준다.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 스스로 자신의 문제나 고통을 동료들에게 드러내고 공동으로 그 해결책을 찾는 모습은 정신장애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게 한다.

책은 ‘당사자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가 된 무카이야치 이쿠요시 홋카이도 의료대학 교수가 엮고, 이용표 사회복지법인 한울 정신건강복지재단 이사장과 김대환씨가 감수를, 가톨리대 사회복지대학원 석사과정에 있는 이진의씨가 옮겼다.

EM커뮤니티, 189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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