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기(편집국 부장 / 천안지역 담당)

최재기(편집국 부장 / 천안지역 담당)

천안시가 대형마트와 대형슈퍼마켓(SSM)의 의무 휴업일을 지정, 운영한 지 3년이 흘렀다. 시는 지난 2013년 5월 ‘천안시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및 대규모·준대규모 점포의 등록제한 등에 관한 조례’을 개정, 시행에 들어갔다.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고, 침체된 상권을 되살리기 위한 조치였다. 많은 시민들이 대형마트를 규제해서라도 재래시장을 살려야 한다며 공감해줬다. 3년 지난 지금, 규제효과는 아주 미미하다. 현실에서 소비자들도 상품을 구매할 때는 재래시장을 외면한다. 심정적으로 동정이 간다 하더라도 소비자는 막상 물건을 구매할 때는 이익과 편리함, 합리적 소비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지 않으면서 재래시장을 살릴 방안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소비자의 눈높이 맞는 편리성, 상품에 대한 신뢰도, 서비스 개선 등을 꼽는다. 필자는 소비자가 믿고 살고 있는 특성화된 상품을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천안역공설시장 상인 9명은 한 달 전 전국 최초로 발효장터를 열었다. 이들은 30여 년간 방앗간과, 정육점, 식당 등을 운영하며 썰렁한 공설시장을 지켜온 상인들이다. 천안시가 리모델링한 빈 상가를 저렴하게 빌려 전통발효식품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발효공장과 장독대, 체험학습장, 전시장 등을 갖춘 발효장터를 개설했다. 방문객이 하루 평균 150~200여명에 달하고, 매출도 하루 평균 100만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물건을 사고파는 단순한 시장기능에 머물지 않고, 소비가가 스스로 찾아오고 싶도록 상품을 개발한 것이다.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을 규제해 손님을 확보하겠다는 생각으로는 골목상권을 살릴 수 없다. 재래시장 스스로 경쟁력을 높여 소비자로부터 선택을 받아야 한다. 수 백 년 전통을 이어가는 스페인의 보케리아시장, 불가리아의 중앙시장 등은 상인들 스스로 고객을 끌어들이기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상품 진열에서부터 체험제공, 정직의 실천, 고객의 마음을 얻기 위한 소소한 이벤트까지 고객이 다시 찾게끔 하는 상인들의 많은 노력이 오랜 시간 고객에게 사랑받고 있는 비결인 것이다. 공설시장의 발효장터가 천안시민은 물론 국민이 찾는 전통시장의 명소로 다시 태어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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