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치매의 주범으로 알려진 뇌의 독성단백질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plaque)은 감염에 대한 뇌의 자연면역 반응이 가져온 결과로 보인다는 새로운 학설이 제기됐다.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신경퇴행질환연구소 유전학-노화연구실의 로버트 모이어 박사는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은 뇌의 단순한 노폐물이 아니라 뇌에 침입한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균 같은 병원균과 싸워서 생긴 잔유물(remnants)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UPI통신과 사이언스 데일리가 26일 보도했다.
뇌세포 표면에 있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은 나이가 들면서 점차 약화되는 혈뇌장벽(blood-brain barrier)을 뚫고 뇌로 들어온 병원균을 감지, 이를 끈끈한 물질로 둘러싸 죽이며 그 잔해가 쌓여 플라크를 형성하면서 신경세포가 손상을 입게 된다고 모이어 박사는 밝혔다.
뇌에서 가장 먼저 혈뇌장벽이 약화되는 부위는 치매가 시작되는 기억중추인 해마라고 그는 주장했다.
혈뇌장벽이란 아주 작은 모세혈관으로 이루어진 특수혈관조직으로 혈류에 섞여 있는 해로운 물질이 뇌로 들어가지 못하게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뇌의 '검문소'다.
말하자면 베타 아밀로이드는 뇌세포를 병원균으로부터 보호하는 "천연 항생제"라고 모이어 박사는 설명했다.
이제 과학자들은 지난 30년 동안 집중적으로 연구해 왔던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 해소 방법에서 눈을 돌려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을 유발한 염증의 경로와 염증에 대한 자연면역 반응 차단을 치매 치료의 표적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그의 연구팀은 이 새로운 학설을 입증하기 위해 베타 아밀로이드를 만드는 능력이 있는 쥐와 그러한 능력이 없는 쥐들의 뇌를 살모넬라균으로 감염시켰다.
그 결과 베타 아밀로이드를 만들 수 있는 쥐들은 오래 살고 이러한 능력이 없는 쥐들은 죽었다.
연구팀은 인간 유전자의 40%이상을 가지고 있어 노화연구에 자주 이용되는 실험생물인 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과 시험관에서 배양한 인간의 뇌세포에 같은 실험을 했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모이어 박사는 다음 단계의 연구는 치매 환자의 뇌에서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을 유발한 병원균의 흔적을 찾아내는 것이라면서 만약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균, 효모균 같은 것을 찾아낼 수 있다면 이들을 1차적인 공격표적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뇌세포 표면에 쌓이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응집과 뇌세포 안에서 발생하는 타우 단백질 엉킴(tangles)은 뇌세포들 사이의 신호가 전달되는 통로를 차단, 뇌세포가 죽으면서 치매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연구결과는 '사이언스 중개의학' 최신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