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종 호(논설위원 / 청주대명예교수)

▲ 박 종 호(논설위원 / 청주대명예교수)

국가와 지역 및 공공 조직이나 단체 등에서 계획 또는 추진하는 정책이나 활동 등과 관련하여 길거리 서명운동이 자주 전개된다. 그럴 때마다 서명운동의 적격성(적절성)에 대하여 깊은 회의를 갖게 한다. 서명이란 국가적, 사회적 활동이나 계획 및 사업 등에 대하여 이에 관련이 있는 지역이나 이해 당사자들에게 널리 알리고 주창자들과 같은 입장에 동참하기를 바라는 대국가적, 대사회적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성격상 공격성, 대칭성, 저항성 등의 속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민 및 지역주민들의 권익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나 재벌에 대한 특혜나 정치권의 치외법권적 특권부여 반대 등에 대한 서명운동은 국가와 사회의 바른 건설 및 민익 등을 위한 무언의 함성이고 이에 대한 뜻있는 사회인들의 동의의 집합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되는데 반하여 배타적이고 반대적 입장에 있는 조직이나 단체 등에 대한 자익 보호적 서명은 부정적인 서명으로 평가된다.
이렇듯 서명운동은 다면성을 갖게 된다. 두말할 것 없이 사회가치체계의 바른 정립과 지역 및 국민 권익에 대치되는 정부나 공공조직 및 단체 등에 대한 집단적 의사표시 및 시정 축구적 성격을 띠는 서명운동은 서명운동으로서의 적격성(適格性)을 확보하여야 할 것이 요구된다. 서명운동으로서의 품격 및 조건 등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명은 국민이나 시민의 알권리에 해당되어야 하고 정당성과 객관성 등의 요건을 확보하여야 한다. ‘누구를 향한 것인지’, 그리고 이러한 활동이 ‘왜 필요한 것인지’ 등에 대한 논리가 구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의 부당성을 성토하고 이에 대하여 정책전환을 촉구하는 서명’을 수도권 이외의 지역민들에게 받는 것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뜻과 의지를 하나로 묶는 효과는 있을 수 있으나 수도권 주민들은 실(失)이 되고 비수도권 주민들은 득(得)이 되는 대치성을 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객관적 타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특정 지역에는 유리하고 다른 지역에는 불리한 서명운동은 상대성을 결여하고 자익추구에 집착하는 일방성을 지니고 있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서명운동은 종국적으로는 물자와 시간 및 지역력 등을 낭비하는 소모적인 활동으로 그치게 된다.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이 더욱 발전할 수 있기 위해 이러한 서명운동이 필요하다는데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에 따르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눈감고 아웅’하는 식이 아닌가. 서명이 적격성을 인정받으려면 서명은 어디까지나 상대 및 해당 지역이나 조직 및 단체 등의 주민들이나 구성원들 및 이 정책을 입안하는 정부 관료들을 대상으로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객관적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서명운동의 ABC요 기본전제인 것이다. 이치가 이러한데도 아직까지 이와 같은 종류의 서명운동이 곳곳에서 전개되고 있다. 민간인 만에 국한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장을 비롯하여 사회단체 및 집단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충북에서는 최근에 광역단체장인 도지사가 ‘국립철도박물관 청주 오송 유치 서명 운동’에 가장 먼저 참여하였고 모 민간사회단체는 UN사무국의 한국유치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등 여러 분야에서 갖가지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이들 서명 또한 서명으로서의 적격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특정지역 이익의 관점에서가 아닌 전국적 입체적 관점에서의 타당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불특정 다수지역 및 전국적 차원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논리와 설득력 등을 구비하여야 한다. 특정 지역만의 욕심에서 발원된 서명이라면 이는 재정적, 정력적, 시간적 낭비 및 지역 간의 마찰, 갈등 등만을 조성할 뿐 서명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그렇기에 서명운동의 주창자 및 추진자들은 서명의 적격성 발굴에 진력하여야 한다. 서명의 적합한 동기와 불가피성, 그리고 적실성 등의 조건을 구비하여야 한다.  지역의 예산은 1푼이라도 공정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단체장의 공적인 행보 하나 하나는 분명하고 공정하며 객관성, 합리성 등의 조건하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민간 사회단체나 집단 및 조직들의 서명운동 또한 같은

조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누구에게나 떳떳하고 당당하며 정의롭게 시행되어야 한다. 반드시 보편 및 객관적 타당성 등을 포함, 적격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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