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대선출마 시사 발언으로 ‘충청 대망론’이 달아오르고 있다.
반 총장은 지난 25일 제주에서 “내년 1월1일 이후 한국 시민으로 어떤 일을 할지 고민하겠다”며 사실상의 대권도전 의사를 피력했다. 그의 권력의지 표명은 정치권에 큰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당초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던 관훈클럽 간담회를 공개로 돌려 작심한 듯 주사위를 던져 놓고 다음날엔 “확대 해석을 말아달라”며 한발 물러선 듯 했으나 그의 대선 도전은 기정사실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이런 미묘한 상황에서 그는 지난 28일 김종필 전 총리의 서울 자택을 방문, 30여분간 환담해 그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사람이 충청 대망론에 대해 얘기를 나눴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하고 있다. 반 총장은 “그런 대화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고 김 전 총리는 “비밀얘기를 했다”고 해 여운을 남겼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충청 출신이다. 반 총장은 충북 음성, JP는 충남 부여로 충청 대망론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두 사람이 충청 대망론을 설파하면서 충청이 대선의 캐스팅보트가 아닌 주인공으로 등극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4.13 총선에서 충청은 명실상부한 ‘중원’ 지위에 올랐다. 대전·충청은 27석으로 대구·경북(TK)의 25석보다 많고 호남 28석에 버금가는 의석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서 TK와 충청을 결합한 현 집권 세력의 정권 재창출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충청 대망론은 더 확산될 수 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은 노골적으로 ‘반기문 영입’에 공 들여 왔다. ‘반기문 대통령, 친박 총리’라는 구체적 시나리오가 친박 핵심 입에서 나오기도 했다. 특히 4.13 총선 참패후 멘붕에 빠진 친박으로선 국면 전환용으로 반 총장의 대권 도전 선언이 절실했다.
박 대통령과 친박으로서도 강력한 대선 후보가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권력 누수 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TK와 충청을 기반으로 한 ‘반기문=충청대망론’에 불을 지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새누리당, 그중에서도 친박계의 시나리오일 뿐이다. 충청 대망론은 절대적이지만 그게 꼭 반기문 만을 위한 것이어야 하느냐는 데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충청에서는 반 총장 말고도 4선의 새누리당 정우택(청주 상당)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충남지사가 꿈틀대고 있다. 정 의원은 충청 대망론은 충청 출신 인사중에서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지 반 총장 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정치권의 혹독한 검증으로 그동안 쌓아 온 명예가 손상되지나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안 지사는 최근 ‘불펜투수론’을 내세워 대선 의지를 드러냈다. 그동안 대권 주자로 서서히 부각돼 온 안 지사는 고령(72)의 반 총장 등장으로 오히려 대권 등판이 앞당겨 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13 총선 결과가 충청 대망론으로 이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여기엔 반기문 총장이 중심에 서 있지만 그렇다고 충청 대망론이 반기문 대망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충청 잠룡들의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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