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배 32강서 탈락…알파고 후 9연승서 중단
‘홍일점’ 최정 16강행…박정환-커제 16강 격돌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국 후 9연승의 상승세를 보이던 이세돌 9단이 동갑내기 라이벌인 중국의 구리 9단에게 일격을 당했다. LG배 홍일점인 최정 6단은 대역전극을 펼치며 16강에 진출했다.

이세돌 9단은 30일 오전 라마다플라자 청주호텔에서 열린 21회 LG배 기왕전 32강전에서 구리 9단에게 158수 만에 흑 불계패했다.

초반 흐름은 이세돌 9단에게 유리하게 돌아갔으나 우하귀 백돌을 잡으려 둔 45수가 실착이 되면서 구리 9단에게 역습을 당했다. 이세돌 9단은 맹추격에 나섰으나 초반 손해를 만회하지 못하자 깨끗하게 돌을 던졌다.

이로써 이세돌 9단은 LG배 기왕전 본선 첫판에서 탈락했다. 

▲ 30일 오전 청주 라마다호텔에서 열린 '21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에서 이세돌 9단(왼쪽)이 중국 구리 9단과 대국 중에 생각에 잠겨있다.

이세돌 9단과 구리 9단은 2014년 자존심을 건 10번기 대국을 펼친 이후 세계대회에서 처음 맞붙었다. 당시 10번기에선 이세돌 9단이 구리 9단에게 6승2패로 승리, 우승상금 500만위안(약 8억5000만원)을 차지했다. 그러나 중국 갑조리그에서 치러진 두 차례 대국은 모두 이세돌 9단이 패배했다.

그러나 이날 패배로 이세돌 9단은 최근 구리 9단에게 내리 3연패를 당했다. 이세돌 9단과 구리 9단의 상대 통산 전적도 22승 1무 24패로 더 벌어졌다. 지난 3월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알파고와 5번기를 펼친 후 계속되던 이세돌 9단의 무패행진도 마감됐다.

최정 6단은 이날 LG배 32강전에서 중국랭킹 15위 판윈뤄 4단에게 243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자신의 메이저 세계대회 첫 16강행이다.

여자 기사로는 최초로 LG배 통합예산을 통과해 본선에 오른 최정 6단은 시종 불리했던 바둑을 막판에 뒤집어 기쁨이 더 컸다.

최정 6단은 대국후 “무엇보다 한판을 더 둘 수 있게 돼 기쁘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둔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그는 다음달 1일 오전 9시 청주 청남대 대통령기념관에서 열리는 16강전에서 중국의 펑리야오 5단과 8강 진출권을 두고 승부를 펼친다.

한국랭킹 1위 박정환 9단도 이날 중국의 장웨이제 9단에게 201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며 16강에 진출했다. 박정환 9단은 16강전에서 중국랭킹 1위 커제 9단과 맞붙는다.

박정환 9단은 지난달 응씨배 8강전과 이달 중순 중국 갑조리그 5라운드에서 커제 9단에게 2연승을 거둔 상태여서 이번 대국 결과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박정환 9단과 커제 9단은 상대 통산 전적 3승 3패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한국은 박정환 9단을 비롯해 전기 우승자 박영훈 9단, 이영구 9단, 이동훈 7단, 신진서 5단이 승전보를 울렸다.

12명이 출전한 한국은 중국에 5승 6패, 일본에 1승을 거두며 6승 6패의 32강 성적표를 받았다. 전기 챔피언 강동윤 9단과 랭킹 4위 김지석 9단 등도 중국 선수에 패해 16강행에 실패했다. 중국은 자국랭킹 1위 커제 9단과 ‘간판스타’ 구리 9단, 저우루이양·퉈자시·천야오예 9단 등 9명이 16강에 올랐다. 이치리키 료 7단은 일본 선수 중 유일하게 16강에 합류했다.

16강전은 다음달 1일 청주 청남대 대통령기념관에서 열린다. 우승상금 3억원, 준우승상금 1억원이 걸린 이 대회는 제한시간 각자 3시간에 40초 초읽기 5회씩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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