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철구(충북도농업기술원 박사)

▲ 윤철구(충북도농업기술원 박사)

올해는 더위가 예년보다 빨리 시작돼 5월에 벌써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폭염주의보란 하루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이렇게 더위가 잦아지고 여름이 다가오면 몸을 보할 수 있는 음식을 찾게 되는데 그 중 대표적인 음식이 삼계탕 또는 닭백숙이고 여기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약초가 황기다.
황기는 해마다 묵은 뿌리에서 움이 다시 돋는 여러해살이 콩과식물로 뿌리는 원 뿌리가 곧게 뻗으며 껍질은 황갈색이고 속살은 황백색을 띤다.
우리나라에서는 황기, 제주황기, 자주황기, 개황기, 정선황기, 자주개황기, 염주황기, 긴꽃대 황기, 설령황기, 갯황기 등이 동속식물로 보고되고 있고 국내육성 품종으로는 풍성황기가 있다.
중국에서는 막협황기와 몽고황기를 황기의 기원식물로 보고 있다.
황기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재배가 가능하지만 중남부 지역은 1년근 재배가 유리하고 서늘한 중북부 고랭지에서는 뿌리 생육과 품질이 좋은 2년생 이상 다년 근 재배가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충북 제천, 단양지역은 전국적인 황기 주산지로서 생산량도 가장 많은 편에 속한다. 최근에는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강원도 일부지역에서도 황기를 생산하기도 한다.
황기는 기(氣)를 보(補)하는데 있어서 인삼에 버금가는 약효를 지닌 ‘황색의 뿌리’라 하여 황기라고 한다.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는 에너지 소모가 많고 더위로 인한 식욕부진으로 몸이 허약해지기 쉽다.
이때 황기 백숙은 아주 좋은 건강식이 된다. 건조한 황기를 깨끗이 씻은 후 얇게 썰어 30∼50g 정도를 찹쌀, 대추, 마늘 등과 함께 어린 닭의 뱃속에 넣고 푹 삶아서 먹거나, 아니면 황기만 넣어 곰국이 되도록 삶은 후 걸러서 국물을 하루 3∼4회 마시면 피로와 기력이 곧바로 회복된다.
중국 당나라 선종 때, 선종 어머니인 태후의 기가 허해져 위급한 상태에 이르자 선종이 어의에게 명해 황기탕을 복용시키고자 했다.
그러나 태후가 입을 벌리지 못하자 황기를 침상 밑에서 오랜 시간동안 달여 향기와 기로 치료해 낫게 했다는 일화도 있다.  
‘본초강목’에서는 인삼은 속을 보하고 황기는 겉을 실하게 한다고 했다. 그래서 열이 나거나 오한이 날 때, 토사로 인해 기력이 없을 때, 땀을 너무 많이 흘리거나 반대로 땀이 나오지 않을 때, 홍역이나 천연두를 앓을 때 등 외부질환에서는 황기를 군(君)으로 하고 인삼을 신(臣)으로 한다고 했다.
한의학에서는 황기가 오장육부의 허약을 보하고 근육을 강하게 하며 피부를 튼튼하게 하고 근육의 열을 해소한다고 한다. 주로 황기건중탕, 황기계지오물탕, 십전대보탕, 방기황기탕 등에 쓰인다.
민간에서는 혈압강하, 이뇨, 강장, 혈당강하, 면역증강, 항종양 및 항바이러스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황기에 들어있는 플라보노이드 화합물, 사포닌 등의 성분이 이러한 작용을 가능하게 한다. 
충북도 농업기술원에서는 황기의 중요성을 감안해 고품질 재배법에 관한 연구를 실시하고 황기의 재배 년생별 수량, 연작피해 경감기술 등을 개발했다.
또한 황기약주 제조법을 비롯해 청국장을 제조할 때 황기를 이용하면 냄새가 경감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도 있다. 시중에는 황기젤리, 사탕, 된장, 엑기스 등 다양한 황기 가공품도 판매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잦은 폭염 등 더위가 점점 심해지는 요즘, 황기를 이용해 더위도 이기고 몸도 보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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