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은정 화가, 시집 ‘바람의 결에 바람으로 서서’ 발간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삶과 일상 속 사유를 통해 존재와 고독을 화폭에 담아내는 우은정(54·사진) 화가. 그가 붓 대신 펜을 잡고 시집 ‘바람의 결에 바람으로 서서’를 발간했다.

▲ 우은정 화가

제천 출생의 우씨는 이미 드로잉 산문시집 ‘나는 화가입니다’와 ‘청동기’를 세상에 선보인 적이 있다. 그는 ‘나는 화가입니다’가 20~30대의 기록이라면 이번 발간한 책은 지나간 40대와 현재의 기록이라고 말한다.

우씨는 시집 발간 계기에 대해 “회화작업을 하다 보면 대상이 가지고 있는 문학성을 제거하게 된다. 이 때문에 그림에는 표현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있었다”며 “그림 속에 담지 못했던 부분을 시의 형식을 빌려 언어로나마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집은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책에 담겨 있는 시들은 모두 우씨의 개인적 기록이기도 하다. 1부 ‘응시의 시간’은 예술가의 절대 고독과 인간 존재에 대해 스스로 물었던 기억에 대한 글이다.

2부 ‘멍미의 시간’에는 작업을 끝낸 후 느꼈던 감정들을 담았다. 작업을 끝내고 붉게 물든 노을을 바라보며 정리할 때면 그에게 다가오던 근원을 알 수 없는 허한 감정과 그리움을 표현했다.

3부 ‘월류의 시간’은 달밤을 걷는 여정 중에 사유한 것들을 기록한 것이다. 스스로를 단련해야 할 때면 100리의 밤길을 걷는다는 우씨. 그는 밤길을 걸으며 자신을 들여다 보고 이때 느꼈던 고독과 존재에 대한 생각, 삶에 대한 사유를 담았다.

4부 ‘바람의 시간’에는 소소한 경험들과 일상생활을 하며 느꼈던 감정들, 사소하다고 할 수 있는 기억들을 시로 표현했다.

 

우씨는 책에 실린 시 중 ‘오십의 사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이 시는 칼국수를 소재로 한 시다. 그는 “50대가 되니 흔한 칼국수를 먹으면서도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감정들이 다가왔고 그 새로운 감정들을 시 속에 녹였다”고 밝혔다. “특별하지 않은 일이지만 아직까지도 그 느낌이 생생히 남아 있어 이 시가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책에는 그리움도 가득 담겨 있다. 작업실에 대한 그리움, 언젠가 걸었던 밤길과 기억, 미지의 여신에 대한 그리움….

좋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 마음도 그리움에서 나온다.

우씨는 이 그리움이 어디에서 근원하는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자신이 느끼는 이 그리움이 시를 통해 가장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우씨는 “앞으로 좋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 나의 시는 시의 형식만을 빌린 화가로서의 기록이기 때문”이라며 “좋은 그림과 그리움만 있다면 나의 글도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서출판 고두미, 233쪽.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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