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규 충북농업기술원 행정과장

 

1991년 8월 1일 충북도청 전입 후 25년을 도청 내에서만 근무를 해왔지만 올해 농업기술원에 근무하면서 농업과 농촌의 인연을 맺게 됐다. 어려서 농촌에서 자라 농업에 대한 좋지 않은 편견과 농촌의 불편함을 벗어나고자 했던 기억들이 전부인 것 같다. 이제는 공직의 막바지에서 고향의 그리움이랄까, 짧은 기간 농업기술원과 나의 인연을 쌓으면서 농업과 농촌을 이해하는 느낌을 적어본다.

다른 산업에서도 겪고 있는 문제들이 많겠으나 특히 타 산업에 비해 농업·농촌·농민 문제는 단순한 문제가 아닐 수 없는 것이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 즉 생존과 직결된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농업을 단순한 경제적인 논리로 몰아간다면 안전적인 미래는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농업과 농촌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농업기술원에서는 여러 가지 일들을 해오고 있음에도 널리 홍보되지 못하고 있어 이를 알리고자 한다. 최근 귀농, 귀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새내기 농업인의 성공적인 농촌 정착을 위해 귀농인과 귀농 희망자를 대상으로 한 귀농 지원사업의 안내와 농업관련 기관소개, 농업성공 귀농을 위한 경영전략, 영농기초이론, 현장체험 등 농촌 정착에 필요한 기본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농업기술원에서는 기존 작물의 특성과 수량이 월등하게 뛰어난 새로운 품종을 개발해 농업인들에게 보급하고 있다. 다년간 노력으로 항산화 활성이 우수하고 국내에서 수량이 가장 높은 ‘청풍찰기장’을 개발했고, 콤바인 수확이 가능하며 보리와 밀 등의 맥류, 마늘, 양파 등과 2모작 재배가 가능한 ‘청풍메조’를 개발해 경지 이용률 증가와 농가의 소득증대에 이바지 할 것으로 기대한다.

1998년부터 육성하기 시작해 10년이 걸려 2009년 품종 등록된 ‘청풍흑찰’은 키가 작아 쓰러짐이 강하며, 기존 품종인 ‘흑선찰’에 비해 53%가 증수되는 수량성이 획기적으로 많은 품종으로 알려져 진천 문백, 청주 오송, 충주 주덕에서 3대 주산단지로 자리를 잡았다. 얼마 전에는 기존 백색 팽이버섯에 비해 높은 온도에서도 재배가 가능한 맛과 색을 차별화한 갈색 팽이버섯 ‘여름향1호와 여름향2호’을 개발해 틈새시장 확보가 가능할 것이다. 농촌인구의 고령화와 감소로 인해 농기계가 없으면 농사가 불가능 할 정도로 농기계의 의존도가 매우 높아지고 있다.

이에 발을 맞춰 농촌 오지 곳곳마다 찾아가 농기계 순회수리를 하고 있으며, 고가로 구입이 어려운 농기계는 매우 낮은 가격으로 임대하는 사업과 영농재배 기술 교육, 농기계 운전과 작동, 응급처치 등에 대한 교육도 하고 있다. 매년 실시하는 새해농업인 실용교육은 영농기가 시작되기 전 겨울에 실시하는데, 올해에는 벼, 고추, 사과, 약초 등 64개 품목에 대해 254회 2만3250명을 계획했으나, 2만5870명이 참석해 계획인원에 비해 많은 농업인과 희망자가 참석, 매우 뜨거운 열기를 보이는 등 영농을 준비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차세대 농업인을 육성하기 위해 4-H회와 269개 자생적 농업인 연구회를 운영해오고 있으며, 농촌지도자회와 생활개선회 등 농업인 학습단체와 농업인 단체협의회가 조직돼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성공리에 끝난 ‘괴산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의 기반을 다지고 유기농특화도 충북의 이미지를 높이고자 유기농업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유기농업연구소를 만들어 추진 중이다.

이처럼 많은 일들을 하고 있음에도 널리 알려지지 않아 농업기술원을 알지 못했던 많은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홍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에게 있어서 농업기술원의 인연은 대단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어느 만남이라고 소홀하게 할 수는 없는 일이겠지만 공직에서 마지막이 될지 모를 인연을 소중히 간직하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꼭 남기고 싶은 농업기술원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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