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생리대’라는 단어가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다. 드러내 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물론 구입하는 것조차 민망해 까만 봉지에 담아 오곤 하던 생리대가 공론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시작은 유한킴벌리가 자사의 생리대 가격을 인상한다고 발표하면서 부터였다. SNS에서는 생리대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성토하는 이들이 늘어났고 급기야 ‘생리대 살 돈이 없어 신발 깔창을 사용하던 친구가 있었다’, ‘생리 기간이면 일주일 간 결석하고 수건을 깔고 누워있었다’, ‘학교 화장실에 있는 화장지를 말아 해결하곤 했다’는 경악할 만한 직·간접적인 경험담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의 복지 수준을 보여주는 부끄러운 현실이었다.

정부는 2004년 생리대를 면세 대상으로 지정했지만 기업들의 생리대 가격은 계속 올라갔다. 현재 한 달에 36개 들이 생리대 한 팩을 쓴다고 가정할 경우 적어도 6000원에서 1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저소득층 소녀들에게는 적지 않은 돈이다. 특히 편부나 조부모 슬하에 자라는 학생들의 경우 생리를 한다는 말을 꺼내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은 일이다. 현재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생필품이 지원된다. 영유아를 둔 한부모 가정에는 분유나 기저귀가, 노인들에게는 쌀이나 식품이 제공되는 식이다. 그러나 생리대는 가임기 여성의 필수품임에도 불구하고 무상 제공이 되지 않고 있다. 청소년이며 저소득층이며 여성인, 가장 소외되고 약자인 이들의 아픔에 사회가 공감하지 못했던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이런 가운데 충북도교육청이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김병우 교육감은 지난 31일 페이스북을 통해 “도내 학교들에서는 보건실에 일정량을 비치해 필요한 학생들이 쓸 수 있게 하고 있지만 특별히 챙겨줘야 할 대상 등 실태를 좀 더 소상히 파악해 대책을 세우도록 해당 부서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부디 빠르게 적절한 대책이 세워져 한참 민감한 시기의 사춘기 소녀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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