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파, 장거리 오가며 컨디션 저하…중원 압박 전술도 실책

스페인에게 굴욕적인 1-6 대패를 기록한 한국 축구 대표팀을 두고 축구 전문가들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신문선 명지대학교 교수는 원정 경기에 따른 선수들의 컨디션 난조와 체력 문제에서 참사의 원인을 찾았다.

장지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강팀을 상대로 한 경기 운영방식에서 패착이 시작됐다고 꼬집었다.

한국 대표팀은 1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레드불 아레나에서 열린 스페인과 친선경기에서 전반전에서 3골, 후반전에서 3골을 내주며 1-6으로 대패했다.

한국 축구가 한 경기에서 6골을 내준 것은 1996년 12월 아시안컵 8강에서 이란에 2-6으로 패한 이후 20년 만이다.

신문선 교수는 대패의 원인에 대해 "예견된 결과였다"라며 "유럽리그에서 뛰는 해외파 선수들이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컨디션이 극도로 떨어졌고, 그동안 소속팀에서 많은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던 선수들은 전반 중반 이후 체력이 급감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기성용과 손흥민은 운동 수행 능력이 정상적이지 않았다"라며 입을 열었다.

신 교수는 유독 남미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브라질 대표팀을 빗대 설명했다.

신 교수는 "브라질은 1994년 미국 월드컵 이후 자국에서 열리는 A매치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라며 "브라질의 주축 전력인 유럽파 선수들이 긴 이동 거리와 시차 적응 문제로 제대로 된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대표팀 선수들도 생체 리듬이 많이 무너져 있었다"라며 "전반전에선 점유율에서 비슷한 경기를 펼쳤지만, 후반전엔 일방적으로 밀렸다"라고 설명했다.

장지현 해설위원은 스페인을 상대한 전략 전술이 어긋났다고 밝혔다.

장 위원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압박 플레이를 통해 스페인과 정면 대결을 펼쳤다"라면서 "그러나 중원에서의 압박 플레이가 손쉽게 뚫렸고, 수비의 실수가 나오면서 대량 실점으로 이어졌다"라고 말했다.

미드필더들이 압박 플레이를 펼치기 위해 공을 가진 공격수에게 몰려가면서 배후 공간을 내줬고, 수비 실수가 표출되면서 쉽게 골을 내줬다는 해석이다.

장 위원은 "중원에서의 압박 플레이는 조직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라며 "대표팀은 손발을 맞춰볼 만한 시간이 적어 압박 플레이가 오히려 독소로 작용했다"라고 덧붙였다.

오는 5일 체코전을 앞둔 대표팀에 진심 어린 조언을 하기도 했다.

장 위원은 "자신 있게 맞대응을 한 것은 좋았지만, 이번 경기를 통해 강팀을 상대로 한 운영방식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신문선 위원은 "스페인은 지난 브라질 월드컵에서 조별 예선에서 탈락한 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세스크 파브레가스 등 기술이 좋은 선수들로 대거 물갈이했다"라며 "우리도 스페인전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확실한 색깔을 갖고 월드컵 최종예선에 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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