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선 지시 주장 일축

▲ 이기용 전 충북도 교육감이 충북도교육청 지능형로봇납품 비리 사건 재판에 증인자격으로 출석하기 위해 3일 오후 청주지법 223호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최지현>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충북도교육청 전 간부공무원의 9억원대 로봇 비위 혐의 재판 증인으로 선 이기용 전 충북도교육감이 “로봇납품과 관련해 사전 보고를 받은 일이 없었다”며 피고인 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 전 교육감은 3일 청주지법 형사12부(이현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충북도교육청 전 서기관 이모씨의 사건 4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이 밝혔다.

이 전 교육감은 이날 김대성 전 부교육감과 함께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예정된 재판시간보다 20여분가량 먼저 법정에 출석한 이 전 교육감은 소감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증인 출석일 뿐 다른 할 말은 없다”고 짧게 답했다.

검찰은 이날 이 전 교육감과 김 전 부교육감을 상대로 “윗선에 보고했다”는 이씨 진술의 신빙성을 따졌다.

이 전 교육감은 “따로 설명을 받은 것이 없었고 로봇구매를 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증언했다. 예산 관련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냐는 검찰의 질문에 대해서는 “예산 관련 업무는 양이 워낙 많아 보고를 받을 때 주로 요약본으로 확인한다”며 “금액이 크거나 중요한 부분은 확인하지만 모든 내용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전 교육감은 물품 카탈로그를 보여주며 사전 협의를 했다는 이 전 서기관 측의 주장에 대해 “그런 기억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 전 교육감은 증언을 마치며 재판부에 별도 발언기회를 요청해 “이 전 서기관은 열심히 일한 사람”이라며 “재판관의 선처를 간청 드린다”고 말했다.

함께 증인으로 나선 김 전 부교육감도 “예산 업무가 전문성이 있어 세세한 부분까지는 보기 어렵다”며 “로봇구매와 관련된 내용은 결재라인을 거치기 때문에 믿고 결재를 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 전 서기관은 이 전 교육감 재임시절인 2011년 1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도교육청 예산 담당 사무관으로 근무하며 브로커 2명의 부탁을 받아 특정업체가 지능형 스쿨도우미 로봇 가격을 부풀리고 로봇 40대를 일괄 납품하도록 일선 학교 등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수사 과정에서 뒷돈 거래와 윗선 개입 의혹 등이 제기됐으나 이씨는 “지인의 부탁을 들어준 것일 뿐 윗선 개입은 없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경찰과 검찰 역시 윗선 개입 정황은 없었던 것으로 결론 냈다.

그러나 재판에서 이씨가 “당시 윗선에 보고해 추진한 사업이며 로봇 가격에 문제가 있었는지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을 바꾸면서 이 전 교육감 등을 상대로 이씨 진술의 신빙성을 따지게 됐다.

도교육청은 지난 1월 이 전 서기관을 파면했으며 브로커 2명도 현재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전 서기관의 파면처분 취소 소청도 지난 4월 20일 기각됐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1일 오후 2시 청주지법 223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