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표한 ‘2016년 더 나은 삶 지수’에서 조사대상 38개국 가운데 28위로 평가됐다.
2012년 24위에서 2013년 27위로 떨어졌다가 2014년 25위로 올라섰으나 지난해 27위로 다시 하락했다. 올해는 지난해 보다 한 계단 더 떨어졌다.
이 지수는 주거, 소득, 직업, 공동체, 교육, 환경, 시민참여, 건강, 삶의 만족, 안전, 일과 삶의 균형 11개 부문을 평가해 국가별 삶의 질을 가늠한다.
국제기구의 이런 평가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지만, 이번 OECD의 평가에는 공감할 부분이 적지 않다.
올해 한국은 환경, 일과 삶의 균형, 공동체, 삶의 만족 등 부문에서 특히 낮은 평가를 받았다.
환경은 전체적으로 꼴찌에서 두 번째였으며 특히 초미세먼지(PM 2.5) 농도는 29.1㎍/㎥로 조사대상국 가운데 가장 나빴다.
이는 OECD 평균(14.05㎍/㎥)의 2배,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낮은 호주(5.9㎍/㎥)의 6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꼴찌에서 세 번째를 기록한 일과 삶의 균형 부문에서는 장시간 근로자 비중이 높은 점이 눈에 띄었다. 주당 50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 비중은 한국이 23.1%로 OECD 평균 13%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이밖에 '필요한 때에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알고 있다'는 응답의 비중이 76%(38개국 중 37위)로 OECD 평균보다 12% 포인트 낮았고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평균 5.8(31위)로 OECD 평균 6.5에 훨씬 못 미쳤다.
반면에 대다수 한국 국민의 '체감'과는 다르게 주거와 소득, 직업, 시민참여 등 분야는 OECD 평균 수준이거나 그 이상으로 나타났다.
'삶의 질'에 대한 평가는 세부 지표의 선정이나 그 해석 방법에 따라 얼마든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거의 매일 같이 '나쁨' 경보가 내려지는 공기 오염이나 장시간 노동이 우리의 삶을 팍팍하게 하고 행복에서 멀어지게 한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때마침 한국에서는 대기 오염 대책과 근로시간 단축을 포함한 노동개혁 문제가 국가적 과제로 대두한 터다.
OECD는 보고서에서 "국가 간의 비교 지표들은 가장 잘 사는 국가들조차 국민의 안위와 행복을 위해 더 분발해야 할 분야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하물며 모든 면에서 선진국의 문턱을 넘지 못한 한국은 더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정부와 기업, 국민 모두는 OECD가 지적한 대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라는 무미건조한 수치가 삶의 질을 보여주는 지표도 아닐뿐더러 환경오염이나 장시간 노동, 공동체 파괴와 같은 문제의 해결 없이는 제대로 된 성장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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