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계자 소설가

 

제발 하루라도 나타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고 TV를 켜지만 어김없이 뉴스시간에는 생명을 위협하고 짓밟는 잔인한 사건들이 등장한다. 어쩌다가 젊은이들의 자살 사이트까지 확산되는 상황이 되었을까. 왜 생명을 귀히 여길 줄 모를까 늘 가슴 아프고 답답했다. 그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각인 시키고 싶었고 한번 버리면 되돌릴 수 없음을 각인 시키고 싶었다. 그러나 말이란 말발이 서야 먹힌다. 어느 정도 지위가 있거나 지도층이 하는 말이라야 들어 준다는 뜻이다.

때로는 나를 포함해서 어머니들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살다보면 누구나 슬프고 아프며 견디기 힘든 일이 있기 마련인데 그때마다 극복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지 못했고 이겨내는 지혜를 심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다. 지혜롭고 끈기 있게 해결하려는 노력이 아니라 자꾸만 벗어나려는 생각을 하니 죽음까지 선택하게 된다. 어릴 때부터 알게 모르게 세뇌되는 성장 과정의 주역이 어머니다.

오늘 신문을 보다가 ‘동양적 생명관의 재조명’ 이라는 포럼을 접했다. 바로 이것이다. 전문적인 공론이나 공리는 전문가의 몫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존재 자체만으로 귀한 생명임을 깨닫게 하는 것. 김태창 동양포럼 주간님의 말씀처럼 생물과학적인 생명에 마음 빼앗기지 말고 몸과 마음과 얼이 살아있는 생명에 눈을 뜨자는 것이다.

이 포럼에서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이들에게 가장 개운하고 매운 맛으로 남는 답변은 “생명을 한마디로 말한다면?”의 질문에 “생명은 기적이다” 라는 츠치다 타까시 전 교토대 교수의 답변이다. 항상 주어진 것을 받아들이고 활용하며 감사할 줄 아는 마음과 태도가 꼭 필요하다는 생명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자체가 행복이며 기적이라고 했다. 사는 게 힘들어 죽고 싶은 이들에게는 이런 기적 보다 수억 분의 일의 경쟁을 뚫고 난자에 착상되어 태어난 생명이니 기적 중에도 기적이라는 말이 더 수긍 될 것이다. 하늘의 뜻이 아니면 불가능하며 하늘의 인도에 의해 기적적으로 태어난 생명임을 생각할 때 어찌 생명을 함부로 할 수 있으랴. 이 세상 모두가 생명의 기적을 가슴에 담고 살아간다면 미래는 밝다는 뜻이다.

개인적으로는 권일찬 전 충북대 교수가 구체적으로 풀어준 태극의 개념과 이론도 퍼 올려 내 마음동이에 담았고 생명관의 핵심은 불성이라고 불교적인 생명관을 발표한 야마모토 교시 미래공창 신문사 발행인의 주장도 공감이 간다. 모든 생명 하나하나 즉 개체 생명의 깊숙한 곳에 우주적 근원적 생명력이 내재하고 있음이 바로 불성이라고 하는 이론이다. 인문학 강좌에서 다 접했던 내용이지만 이 포럼에서 생명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 이런 포럼이 대학교라든지 회사 등 젊은이들 앞에서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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