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충북대 교수)

▲ 김승환(충북대 교수)

 6월 8일, 인터넷에 이런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다. ‘군포시, 한국문학관 유치희망 서명부 문체부에 전달’, 그 내용은 17만명이 서명해 한국문학관 군포 유치의 열망을 문체부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립한국문학관, 춘천이 최적지”라는 제하의 춘천시장 인터뷰 기사와 “한국문학관 건립지로 경주도 적지다”라는 사설도 등재됐다. 하루에 세 건의 기사가 올라온다는 것은 한국문학관 문제가 얼마나 첨예한 일인지 반증한다. 그 외에도 현재 유치를 신청한 20여 개의 지자체는 모두 ‘한국문학관은 반드시 우리 지역에 유치돼야 한다’는 정언명제, 아니 정언명령(定言命令)으로 유치운동을 하고 있다.
 20여 개 지역의 주장을 일별하면, 모두 자기 지역의 문학적 전통이 유구하며, 많은 문인과 작가를 배출했고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고장이라는 대동소이한 내용이다. 사실 유치신청을 한 지역의 문학자산이나 문학환경을 보면 모두 유치할만한 곳이다. 또한 이런 타자의 활동을 보면서 각 지역은 자기의 내면을 성찰하고 자기 주체를 재인식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런데 한국문학관 설립 신청에는 조건이 있었다. 그 조건은 과도한 유치운동이나 언론활동을 하면 불이익을 준다는 것이다.
 문체부는 한국문학관 유치경쟁의 과열을 막고, 객관적인 심사를 하기 위해 ‘문화적인 유치운동’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많은 지역이 경쟁적인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 활동은 ‘조작에 가까운 각종 언론활동, 국가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지자체의 과도한 투자계획 제시, 지역주민의 선전선동, 예상 심사위원 파악 및 로비, 대통령을 포함한 유력자들에 대한 읍소와 호소, 궐기대회에 버금가는 총체적 연출, 자치단체장의 배수진’ 등 실로 다양하다. 급기야, 이런 과도한 유치활동을 접한 나머지 지역도 조용히 있을 수가 없게 돼 버렸다.
 이런 상황을 ‘죄수의 딜레마’라고 한다.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란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하지 않는 것보다, 하는 것이 낳다’는 모순어법이다. 단 한 번의 기회에 대한 제로섬(Zero Sum) 게임에서 정직한 지역은 어떻게 해도 불이익을 당하고 패하게 된다. 반면 과감하게 유치활동을 하는 곳은 유치에 실패하더라도 기회활용 자체를 놓친 것은 아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한국문학관은 8월 발효되는 ‘문학진흥법’의 한 조항에 근거한다. 그런데 문학진흥법 입법 활동의 과정에서 서울 은평구를 비롯한 몇 개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유치운동을 전개해 불공정한 상황이 됐다. 한편 많은 작가와 문인들은 전국공모가 아니라 문학적 판단과 예술적 가치에 따라서 주관적으로 선정할 것을 희망했다.
 물론 정책결정의 민주적 절차가 중요해 전국공모를 할 수밖에 없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심각한 혼란이 생겼는데 그에 대한 비판이 문체부를 향할 수밖에 없음은 자명하다. 당연히 지난 5월 23일 문학5단체장의 기자회견 그대로 객관 타당한 기준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 그런데 이런 이전투구가 벌어지고 있으니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문화체육관광부는 답을 해야 한다. 신청한 지자체가 모두 조건 없이 유치활동을 하도록 할 것인가, 아니면 조건 그대로 과도한 유치활동을 하는 지자체에 불이익을 줄 것인가.
 아울러 문체부는 책임을 져야 한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처럼 ‘이미 은평으로 결정됐지만 형식과 절차를 갖추기 위해 전국공모를 한다는 견해와, 결국 대구처럼 대통령께 직접 건의를 하는 방식의 정치적 해결이 될 것이라는 견해, 또한 군포처럼 많은 재정을 투자하는 지역으로 갈 것이라는 견해와 어떻게 하더라도 서울·경기의 수도권에 유치되도록 내정돼 있다’는 등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밝혀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께, 한국문학사 4000년의 통사적 무게만큼 진지하게 답변해 주실 것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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