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철수 취재부 부장(경제담당)

 

(동양일보 경철수 기자)외국에 나가면 모두가 애국자가 된다고 했던가. 열사(熱沙)의 나라 베트남을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 3000여 기업들이 진출해 베트남에서 일군 발자취는 실로 엄청나다 못해 자긍심으로 다가온다.

향토기업 대원이 베트남 경제도시 호치민시에 지은 아파트에는 LG전자의 에어컨 실외기가 달려있다. 한국기업이 지은 건물에 한국기업의 전자제품이 들어가 있다 보니 잠시 한국에 있는 것인지 베트남에 있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다.

섬유산업으로 시작해 건설업으로 사세를 키운 대원은 다낭시 다푹국제신도시 조성사업 이외에도 호치민의 대원베트남텍스타일과 동국베트남방직을 통해 생산하는 원단을 품질관리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 등지로 수출하고 있다. 대원은 건설, 제조업 이외에도 각종 문화공연을 통해 한-베트남 관계개선에도 일조하고 있다. 일례로 화산 이씨의 시조이자 베트남 리왕조의 마지막 왕자 이용상의 일대기를 그린 ‘800년의 약속’이란 무용극을 호치민과 하노이 오페라 하우스에 올려 극찬을 받기도 했다.

3년 전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 관문인 노이바이 국제공항에서 LG화학과 삼성전자의 전광판을 보고 받은 감동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당시 공항을 빠져 나와 하노이 시내로 이동하기 위해 건너던 탕롱대교를 현지인들은 삼성다리 또는 LG다리로 불렀던 기억이 난다.

하노이 최대 규모의 복합빌딩 ‘랜드마크72’는 국내 경남기업이 지었다. 3년이 지난 지금 베트남 호치민에는 신세계그룹의 이마트 1호점이 문을 열었고, 베트남 전체에는 롯데마트가 12곳이나 영업을 하고 있다. 이처럼 ‘그래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말처럼 국위선양을 하고 있는 한국기업들의 자랑스런 이면엔 1년 새 6차례나 대형 악재를 맞으며 검찰 사정의 칼날 아래 바짝 엎드린 롯데그룹이 있다. 폐쇄적 지배구조 아래 국적 논란에 이은 비자금 조성 논란까지 자랑스러운 우리기업 이면에 또 다른 얼굴이 아닌가 해서 부끄러움마저 든다. 이는 기업의 투명경영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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