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논설위원 / 청주대명예교수)

▲ 박종호(논설위원 / 청주대명예교수)

‘하루가 멀다’ 하고 형이하학적인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 가정, 학교, 사회 폭력 등이 난무하고 묻지 마 살인 등이 자행되고 있다, 도서벽지인 전남 신안군 흑산도 식당에서는 자기자식을 가르치고 있는 여교사에게 술을 권해 만취하게 한 뒤 다른 2명의 주민과 함께 인면수심의 성폭행을 하였다, 그런가하면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는 이유로 30대의 젊은 여성이 78세 남성노인을 발로 차고 가방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폭력을 가하였다. 이를 말리려한 4명의 행인여성에게도 마구 손찌검을 함으로써 ‘시선강간’이라는 험악한 신조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인간말살적인 현상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만행들은 어제 오늘에만 일어난 것이 아니다. 수 없이 긴 세월동안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 또 어떤 만행 및 비행이 발생될지 모를 일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피해자와 이 보도를 접하는 국민들이 관련자, 단체, 기관, 조직, 정부 등을 원망하고 성토하지만 이는 일시적 분노표출로 그칠 뿐, 근본적인 처방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잊을만하면 다시 또 대?소형의 사건이 터지곤 한다. ‘밤새 안녕’이라는 위험 및 위기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갈 수는 없다. 특단의 대책이나 조치가 필요하다. 국가 및 인간 개조적 차원의 장치와 실천이 요구된다. 국가를 다시 창업한다는 각오로 정치, 행정, 교육, 언론, 사법, 기업, 문화, 환경 등의 모든 분야에서 공정과 형평의 유지, 정직과 정의문화의 조성, 법과 원칙의 준수, 공복과 봉사 정신의 실천 등에 대한 확고한 기준을 정해 놓고 만민이 평등하게 적용되도록 하여야 하고, 국민들로 하여금 충실히 이행하게 하여야 한다.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규범과 질서를 준수하고 인격의 주체, 이성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도리에 맞게 행동케 하는 풍토조성에 나서야 한다.
지면을 통하여 누누이 강조하는 바이지만 무엇보다 정부는 개념이 모호한 경제활성화 보다 정신문화 창달을 국정 제1의 지표로 삼아야 한다. 경제활성화도 그 어떤 것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 그러나 경제는 어원상으로도 특정분야가 아닌 세상을 경영하고 백성을 구제한다는 뜻의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준말이라는 점에서나, 인간은 물질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가치가 더욱 강조되는 존재라는 점에서 그렇다. 옛 조상들이 후손들에게 “자식에게는 재산보다 정신을 물려주라”고 교훈하신 것이나 성현들이 인간을 가리켜 ‘만물의 영장’이라고 표현한 것 등이 이를 잘 대변한다. 한마디로 인간의 주인은 정신이고 몸(신체)은 경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아무리 경제가 풍요롭다 하더라도 정신이 빈약하면 그 사람의 삶의 질은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신이 강건하면 비록 신체가 필요로 하는 물질이 부족하다 하더라도 삶의 질 지수는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렇듯 정신의 건강 여부는 다른 말로 정신문화 토양의 비옥여부는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건강에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정신문화의 토양이 비옥하면 할수록 국가나 사회는 강건할 수 있는 것이다. 국정을 농단하거나 국기를 문란케 하는 행위도, 부정부패가 만연되는 일도, 사회의 규범을 붕괴시키고 위법, 탈법의 비행도, 인간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금수와 같은 행동도, 자식이 부모를 부모가 자식의 목숨을 빼앗는 반인륜적 행위도, 연약한 여성을 폭압으로 제압하여 성욕을 충족하는 인면수심적 행위도,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는 핑계로 선량한 사람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무법천지적 행동 등도 한층 감소될 수 있을 것이다. 범법 여부와 관계없이 이러한 품성과 자세는 이성을 가진 인격적 존재로서의 인간이라면 당연히 구비하여야 할 요소이고 덕목인 것이다. 이제는 그동안 빈곤의 늪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일념으로 경제제일주의에 매달려온 국정이나 사회지표 등을 전환할 때가 되었다.  정부 및 사회는 정신 및 의식문화의 창달을 국정의 최우선 및 제일지표로 제시하고 정치, 행정 등을 비롯, 모든 분야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행동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불법적이고 반사회적이며 반인륜적인 악행 등을 근절시켜야 한다. 물질문화보다 정신문화의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일이 그 답이다. 규범이나 법규 등의 강조 및 강화, 강력한 준법사회 확립 등은 그 다음의 일이다. 이를 위하여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앞장서야 하고 국민도 적극 동참하여야 한다. 모두가 공동체의식을 가지고 서로를 인격의 주체로 대하는 정신 및 의식 문화를 창달하여야 한다. 물질보다 정신이 길이다. 경제강국보다 정신강국을 건설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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