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영화를 매개로 여성에 대한 담론을 형성하는 여성영화제들이 충북도내에서 잇달아 열린다. 양성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 시대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아낸 여성영화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18회 청주여성영화제

청주YWCA(사무총장 이혜정)가 주관하는 18회 청주여성영화제가 오는 23~24일 청주 롯데시네마(성안점) 4관 아르떼관에서 열린다.

‘리얼 버라이어티 가족’을 주제로 한 이번 영화제에서는 입양, 혼전임신 등으로 형성된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소재로 한 영화 5편이 선보인다. 바닥에 닿아 있는 듯한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스스로의 힘으로, 또는 지역, 이웃, 교사, 친구들의 도움으로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가족의 모습들이 스크린 위에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청주YWCA 관계자는 “최근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일반적인 형태가 아닌 다른 모습의 가족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 사회가 이러한 가족들을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영화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개막식은 23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이날 개막식 행사 중 여성영화 제작발표회도 함께 이루어진다. 청주YWCA는 돌봄노동의 실태와 돌봄노동자의 애환 등을 담은 영화를 제작할 예정으로 이날 제작발표회를 시작으로 크라우드 편딩을 진행할 예정이다.

개막작은 김수빈 감독의 다큐멘터리 ‘소꿉놀이’다. 철딱서니 없이 23살 인생을 살아온 수빈은 어느 날 갑자기 혼전임신을 하며 결혼과 육아, 출산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소꿉놀이처럼 로맨틱하고 달콤할 줄 알았던 결혼 생활은 고된 육아와 시댁살이로 쓰기만 하고 수빈의 꿈은 멀어져만 간다. 어느 날 남편이 뮤지컬 배우를 그만두고 일본으로 요리 유학을 떠나겠다고 선언하며 수빈의 가정에는 위기가 닥친다.

이날 오후 7시에는 오미보 감독의 ‘너는 착한 아이’가 선보인다. 하루에 식빵 한 개 밖에 먹지 못해 학교 급식을 절실히 기다리는 11살 ‘간다’와 부모의 무관심 속에 아이를 지키려는 선생님 ‘오카노’, 딸에게 상처를 주는 엄마 ‘미즈키’, 홀로 남은 치매 할머니와 사는 학생 ‘히로’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24일에는 할리우드 유명 배우 ‘배리’와 영화감독 ‘마르게리타’의 이야기를 담은 ‘나의 어머니(감독 난니 모레티)’, 작은 방에 강금 당해 서로를 의지하며 사는 엄마와 아들의 생활을 희망적으로 묘사한 ‘룸(감독 레니 에이브러햄슨)’, 25년 동안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살아온 쌍둥이 자매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 ‘트윈스터즈(감독 사만다 푸터먼, 라이언 미야모토)’가 차례로 상영된다.

사전 예매 시 관람료는 3000원이며, 티켓은 당일 현장에서 발급된다.

문의=☏043-265-3701.

 

●2016 충북여성문화제

BPW 전문직여성 청주클럽(회장 연영애 서원대 교수)은 오는 12월까지 ‘2016 충북여성문화제’를 개최한다.

충북 여성의 문화향유 기회 확대와 양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해 마련되는 이번 문화제는 청주, 충주, 영동, 보은 등 충북지역을 권역별로 순회하며 열린다.

‘영화, 음식, 가족 이야기’를 주제로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상영작 등 음식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영화들이 선보인다. 영화 상영 뿐 아니라 가족과 함께 하는 음식 만들기, 감독과의 대화 등 다채로운 부대 행사도 마련된다.

‘49일의 레시피(감독 다나다 유키)’는 세상을 떠난 아내가 남긴 레시피에 따라 음식을 만드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는 영화다. 소중한 아내에게 자신의 마음을 다 전하지 못한 남편과 엄마의 이야기를 다 듣지 못한 딸의 모습이 펼쳐진다.

1988년 아카데이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는 등 다수 영화제에서 호평 받으며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덴마크 영화 ‘바베트의 만찬(감독 가브리엘 악셀)’도 스크린을 통해 다시 볼 수 있다.

삼대를 이어 온 가업의 전통과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 낸 다큐멘터리 ‘브라씨 부자의 맛있는 가업 잇기(감독 폴 라코스테)’, 임신성당뇨병 진단을 받은 감독 안드레아가 가족과 함께 설탕이 인간의 신체와 정신에 미치는 영향을 파헤쳐간 영화 ‘슈거블루스-설탕 중독의 사회(가제·감독 안드레아 쿨코바)’, 25년 동안 꾸준히 지속돼 온 ‘느린 혁명’에 관한 영화 ‘슬로푸드 이야기(감독 스테파노 사르도)’, 한 환경 운동가의 실험을 통해 음식 낭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음식물 쓰레기로 요리하는 법(가제, 감독 게오르그 미슈)’, 대통령 개인 셰프가 된 라보리의 고민을 들려주는 ‘엘리제궁의 요리사(감독 크리스티앙 벵상)’, 늘어가는 고기 소비와 공장식 축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잡식 가족의 딜레마(감독 황윤)’ 등도 만날 수 있다.

BPW 전문직여성 청주클럽은 이번 문화제 기간 동안 BPW 한국연맹(회장 유영선)과 함께 여성 권익향상 및 남녀 임차 격차 해소촉진을 위한 3단계 ‘젠더 이퀄리티(Gender Equality) 사회 만들기’ 충북지역 캠페인도 실시한다. BPW 전문직여성 청주클럽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이퀄페이데이(동일임금의 날) 캠페인’을 전개해 온 바 있다.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충북미래여성플라자에서 ‘가스톤의 부엌’이, 14일에는 ‘앙:단팥 인생 이야기’가 선보였다.

연영애 회장은 “이번 영화제를 통해 많은 분들이 음식과 생명에 대한 의식을 공유하고 가족들이 함께 행사에 참여해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