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루게릭병 등의 원인 규명과 새 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

뇌의 신경망을 형성하고, 한번 형성된 신경망이 잘 유지되도록 하는 생체 내 메커니즘이 세계 최초로 발견됐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정호성 연세대 교수팀이 크리스틴 홀트 영국 케임브리지 교수팀과 함께 쥐를 이용한 연구를 통해 신경망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단백질이 신경세포의 '축삭' 끝 부분에서 합성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19일 밝혔다.

뇌 신경망을 만들기 위해서는 신경세포와 다른 신경세포가 연결돼야 한다. 이때 한 신경세포가 떨어져 있는 다른 신경세포에 연결하기 위해 이용하는 세포 소기관이 길게 뻗은 모양의 '축삭'이다. 축삭은 신경세포에서 발생한 정보를 연결된 세포에 전달하는 기능도 한다. 마치 전기회로에서 전선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뇌가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려면 뇌가 발생할 때 축삭의 끝 부분이 다른 신경세포와 정확하게 연결을 맺고, 한 번 맺은 연결을 평생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까지만 해도 신경세포끼리의 연결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단백질은 모두 신경세포의 몸통인 '세포체'에서 합성된 뒤 축삭으로 수송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축삭이 끝 부분에 RNA(유전정보물질인 DNA의 복사본)를 저장하고 있다가 이를 이용해 자체적으로 단백질을 합성한다는 사실을 새로 밝힌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축삭 끝 부분에서 단백질이 되는 RNA만 표지하고 분리할 수 있는 '축삭트랩(axon-TRAP)'이라는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지금까지 사람의 RNA 조절인자에 돌연변이가 생겼을 경우 자폐증과 같은 신경발달장애나 루게릭병 같은 퇴행성질환이 유도되는지 알 수 없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그 원인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게 돼 새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의의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단장 성제경 서울대 교수),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뇌발달장애 진단 및 조절기술 개발·단장 선웅 고려대 교수)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셀'(Cell) 30일자에 게재될 예정(16일 온라인 게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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