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농가 없어진 줄 알고 찾는 이 줄어 지난해 매출절반 뚝
33농가 15㏊재배 건재…18브릭스 당도높은 친환경 포도재배

▲ LH공사의 청주 동남지구 개발이 한창 진행되면서 고립된 용암포도 재배농가 박장래 영농조합법인 용암포도회(친환경 유기농 포도 재배 농가)장이 자신의 농장에서 '시민들이 용암포도 재배농가가 없어진 줄 알고 지난해 발길이 줄어들면서 전년 대비 매출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사진·경철수 기자>

박장래 영농조합용암포도회장 새진입로·입간판 이전설치 바라

LH공사 “정식민원 접수되면 청주시와 협의 조속히 처리할 것”

(동양일보 경철수 기자)“청주 용암동 포도 판매 합니다.” 전국적으로 당도 높기로 유명한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포도농가들의 말이다.

오는 8월 중순 본격 출하를 앞두고 봉지 씌우기가 한창인 이들 농가들에게 요즘 큰 걱정거리가 생겼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가 청주동남지구 택지개발을 추진하면서 동부우회도로에서 보살사로 향하는 옛 포도원교회 앞길이 폐쇄돼 지난해 용암동포도작목반 농가들의 매출이 절반가량 떨어졌다.

이곳 농가들은 동남지구 도시개발이 한창 진행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용암동 포도농장이 아예 없어진 줄 알고 찾지 않는 이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하지만 용암동포도작목반은 전체 75농가 중 동남지구 개발로 56%인 42농가가 문을 닫았지만 아직도 33농가(45%)가 정상적으로 포도재배를 하고 있다.

이들은 포도 재배농가는 줄었지만 오히려 재배면적은 기존(20㏊)과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는 15㏊가 남아 건재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2년여 전인 2014년 5월 이곳 10여 농가가 별도로 무농약 친환경 포도재배를 하는 용암포도회 영농조합법인을 결성, 품질 좋은 포도를 생산하고 있다.

박장래 용암포도회장은 “좁은 재배면적에 살아남기 위한 차별화 전략으로 친환경 무농약 포도를 재배하게 됐다”며 “1990년대 중반 괴산 흙살림 교육에 우연히 참여했다가 유기농 친환경 농법에 매료됐고 전국 곳곳을 견학하며 무농약 친환경 포도재배 노하우를 전수받아 조합까지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무농약 친환경 포도재배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위탁한 충북대 환경센터로부터 320여 가지가 넘는 토양, 수질 검사를 거쳐야만 받을 수 있는 인증제도다.

농약을 일절 쓸 수 없고 미생물 방재제 등을 써야 하기 때문에 들어가는 농자재 값과 일손이 일반 포도재배농가에 비해 곱절이 된다. 여기에 상품성과 수확량도 떨어져 많은 농가들이 친환경 포도재배를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용암포도회는 지난 5년간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땅심을 복원하기 위해 화학 비료를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퇴비를 써가며 친환경 용암포도를 생산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당도 높기로 유명한 기존 용암포도(14∼15브릭스) 보다도 더 단 18브릭스의 친환경 유기농 용암포도를 생산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용암포도회는 지난해 일조량까지 도와주면서 흙살림 꾸러미, 청주시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 등과 함께 친환경 학교급식으로 납품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LH공사가 지역 농가를 생각한다면 옛 포도원교회에 있는 진입로 입간판을 롯데마트 청주상당점 앞 4거리로 옮겨 설치해 줬으면 한다”며 “하지만 근본적으로 지역 농가를 살리는 길은 도시계획선 상에 있는 청주선프라자 앞 삼거리에서 이어지는 진입로를 조속히 개설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LH공사 관계자는 “민원이 접수되면 입간판 이전 문제는 청주시와 협의해 조속히 해결 하겠다”며 “새로운 진입로 개설 문제는 지난해 기존 15m 편도1차로 도로계획을 교통수요를 감안해 25m 편도2차로로 확장하는 변경안이 확정됨에 따라 토지보상이 이뤄지는 대로 조성에 들어 가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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