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로 떠난 네명의 젊은이들 세컨 비자 획득기

(연합뉴스)호주하면 누군가는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나 광활한 평야지대인 아웃백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지긋지긋한 ‘농장 노동’이 생각나 기겁할 수 있다.

그 누군가는 젊음만 믿고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갖고 호주로 향한 20대들이다. 영화 ‘홀리워킹데이’는 소위 세컨 비자를 받으려고 농장에서 ‘노예 노동’도 마다하지 않은 20대 워홀러 4명의 고생담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의 기획과 촬영, 연출을 담당한 이희원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두고 호주로 인터십을 떠난다.

1년이라는 짧은 워킹홀리데이 종료 기간이 다가오자 희원은 농장에서 일하기로 한다.

그곳에서 88일을 일하면 호주에서 1년 더 머물 수 있는 세컨 비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된 노동에 따른 높은 일당은 덤이기도 했다.

수소문 끝에 희원은 곽주현, 박종대·종현 형제와 함께 팀을 이뤄 농장이 있는 오지로 향한다.

주현은 외국에서 생활하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이 이곳에 온 유일한 대졸자. 종대는 여러 경험을 하고 무엇보다도 돈을 벌고자 온 청춘이고, 종현은 종대의 사촌동생이다.

이 넷은 저노동 고수익의 블루베리 농장을 찾아갔으나 워낙 경쟁이 치열해 일자리가 날 때까지 기약 없이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이들이 선택한 대안은 게톤의 양파농장이다. 농작물 수확기가 조만간 끝나가는데 세컨 비자를 받으려면 노동일수 88일을 채워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파 수확은 고되기가 최상위급에 속한 노동이다. 아직 일이 손에 익지 않은 주현이 온종일 뙤약볕에서 일하고 받는 일당은 2만원에 불과했다.

이들은 목표대로 농장에서 88일 노동일수를 채워 세컨 비자를 얻을 수 있을까.

영화는 청춘의 고생담을 들려주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이 왜 고향을 떠나 낯선 이국땅에서 외롭게 일할 수밖에 없게 됐는지, 이들이 호주에서 ‘외국인 노동자’로서 어떤 대우를 받고 일하는지 은근슬쩍 비판의 목소리도 낸다.

영화가 전반적으로 유쾌한 기조를 유지하나 다 보고 나면 씁쓸한 기분이 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희원은 극중에서 말한다. 워킹(일자리)을 얻은 대신 홀리데이(휴식)를 잃었다고.

30일 개봉. 전체 관람가. 8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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