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논설위원/중원대 교수)

▲ 김택(논설위원/중원대 교수)

1997년 외국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OECD에서 최초로 ‘국제상거래 에 있어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제공행위방지협약’을 제정했다. 세계적으로 반부패라운드가 조성되었고 국제적 반부패 기준과 투명성이 요구되었다. 우리나라도 이에 따라 1999년 ‘국제상거래뇌물방지법’을 제정해 국제적 부패라운드에 동참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각종 관의 규제에 대해 인허가와 부정청탁이 판쳤고 연고주의와 레드테이프가 부패의 싹을 키웠다. 특히 선물문화라는 잘못된 관행이 수백 년 동안 내려왔다. 이와 같은 부패문화로 인하여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국가행정이 발전할 수 없었고 부패 병은 치유할 수 없는 상태에까지 이르게 됐다. 이에 정부는 새로운 정부입법안을 제출했는데 그것이 김영란법 이라고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법’이다. 작년 3월 국회에서 통과되었는데 1년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 9월 28일부터 시행된다고 한다.
이 법안을 보면 1회 100만원(연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배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100만 원 이하일 경우 직무관련성이 있을 때에만 금품가액의 2배에서 5배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가족의 경우에도 공직자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받을 경우에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하여 100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은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받도록 하고 있다. 또한 공직자는 법에서 규정한 인허가, 처벌감경, 채용 승진 등 인사, 계약, 직무상비밀누설, 평가 감사, 단속, 징병검사 등의 부정청탁을 받아 직무를 수행하면 형사 처분 받도록 하여 반부패의 기초를 다졌다고 본다.
또한 이법은 공직자만이 아니라 언론사 종사자, 사립학교 유치원의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장과 이사가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본인이나 배우자가 100만원을 넘는 금품을 받으면 무조건 형사처벌 받도록 하고 있다. 법 적용대상은 가족범위를 배우자로 한정하여 법적용대상이 1800만 명에서 300만 명으로 줄어들어 과잉 입법논란을 불식시켰다.
그러나 이법을 두고 여러 가지 논란이 있다.
첫째, 선출직공직자, 정당, 시민단체 등이 공익적 목적으로 제3자에게 고충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개선을 제안하는 경우에는 적용을 배제하고 정치인에 대해서는 예외적인 조항을 만들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둘째,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사 종사자에까지 적용범위를 넓혀 규제하고 있는 것은 교육의 특수성이나 언론취재 활동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는 논란이 제기된다. 이로 인하여 검찰권이 비대해지고 일부 비판언론에는 표적수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시민단체나 변호사 ,의사, 관세사, 변리사, 세무사, 회계사 등 전문직종사들이 부정청탁금지법 대상에서 빠져 있어 형평성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 직역종사자들은 관료나 정치권에 부정청탁이나 로비가능성이 있을 수 있는데 이들 직역 군을 제외시킨 것은 법의 상당한 하자라고 볼 수 있다.  최근에 선물수수범위를 5만원으로 정해 농림축산인 소상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제단체들이 들고 일어났다. 이들은 부정청탁법시행령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소매업, 음식점업 등 소상공인 업계는 연간 2조6000억 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았고 업체당 월평균 매출이 31만원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선물을 업종 구분 없이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선물 매출 중심의 농축수산물유통과 화훼, 음식점 업계 피해가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결국 업계 주장대로 국민들의 소비심리 위축과 내수침체 가속화가 될 것인지 아직 판단하기 어렵지만 관련업계나 시민단체들의 합의를 통해 적절한 범위를 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치인이나 전문가를 제외시킨 것은 커다란 문제라고 본다. 이들을 포함시켜 법의 실질적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법을 통해 부정청탁과 비정상의 대한민국 환부에 메스를 가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되길 바란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