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으로 유럽은 물론 지구 반대편 금융시장까지 온종일 요동쳤다.

유럽과 미국,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급락해 24일 하루에만 전 세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2조800억 달러(약 2천440조 원)가 증발했다.

반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국채와 금에는 투자가 몰렸다.

엔과 달러의 가치는 급등했지만 파운드와 신흥국 화폐의 가치는 떨어지는 등 외환시장에도 충격파가 전해졌다.

국제신용평가사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의 행보를 우려하며 영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 주식시장 출렁…'블랙 프라이데이'
이날 미국 뉴욕증시는 일제히 3∼4%의 급락세로 마감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3.39% 떨어진 17,399.86으로 마감됐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3.60% 내린 2,037.30, 나스닥 종합지수는 4.12% 하락한 4,707.98로 마쳤다.

다우지수와 S&P 지수가 이처럼 떨어진 것은 지난해 8월 중국발 금융시장 요동이 찾아온 이래 약 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유럽 주요국 증시도 직격탄을 맞았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지수는 전날보다 무려 8.04% 폭락한 4,106.73에 거래를 마쳤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DAX 지수는 6.82% 떨어진 9,557.16, 범유럽지수인 유로 Stoxx는 8.62% 떨어진 2,776.09로 마감했다.

브렉시트 진앙인 영국의 경우 '셀 브리튼'(영국 증시 이탈) 현상으로 주가가 폭락하다가 가까스로 낙폭을 줄였다.

FTSE 250지수는 장 초반 11.4%까지 추락해 사상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고, FTSE 100 지수도 9% 가까이 빠지다가 마감 시점에는 3.15% 떨어진 6,138.69로 마무리했다.

브렉시트 결정 직후 일제히 급락한 아시아 증시까지 포함해 S&P의 글로벌 브로드마켓 지수(BMI) 기준으로 24일 하루 전 세계 증시 시가총액 2조800억 달러가 한꺼번에 사라졌다.

브렉시트가 글로벌 저성장을 불러올 것이라는 관측에 따라 국제유가도 내림세를 보였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8월 인도분 가격은 전날보다 4.93% 떨어진 배럴당 47.6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북해 브렌트유 8월 인도분 가격도 전날보다 4.91% 내린 배럴당 48.41달러를 보였다.

국제유가는 전날까지만 하더라도 세계 경제에 대한 낙관 속에 배럴당 50달러를 넘겼지만, 브렉시트 결정으로 급락세로 돌아섰다.

    ◇ 리스크 회피 심리 급부상…안전자산에 투자 몰려
예상과 달리 브렉시트로 결론 나자 투자자들은 서둘러 위험을 회피하는 전략에 나섰다.

주식 등 리스크가 큰 자산에 대한 투자를 줄이면서 경기 변동에 비교적 덜 영향을 받는 안전자산을 샀다.

 금값은 하루에 4.7% 급등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 물 금은 전날보다 59.30달러(4.7%) 상승한 온스당 1,322.40달러로 마감해 2014년 7월 이후 최고로 올라섰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금값이 온스당 1,400달러에 근접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국채에도 투자가 몰려 채권가격은 오르고 수익률은 떨어졌다.

독일 국채 10년물의 수익률은 사상 최저인 0.169%까지 떨어졌다.

영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1.008%로 낮아져 역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불확실성에 대비해 채권을 사려는 투자자가 몰리면서 채권가격이 올라갔기 때문에 수익률은 떨어졌다.

미국의 10년물 국채도 1.419%를 기록해 사상 최저를 기록했던 2012년의 1.404%에 근접했다.'

    ◇파운드 가치, 30년 최저치로 추락
브렉시트 결정은 외환시장에도 엄청난 충격을 가져왔다.

브렉시트에 따라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는 국가의 화폐 가치가 큰 폭으로 내렸다.

영국의 파운드는 1파운드당 1.3224달러에 거래돼 1985년 이후 가치가 가장 하락했다.

파운드는 이어 올해 최고치인 1.5018달러로 급등했다가 다시 1.364달러로 내려가는 등 급변 양상을 보였다.

결국, 파운드의 가치는 하루에 8%가량 하락했다.

유로도 1유로당 1.0909달러로 내려가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 됐다.

글로벌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개발도상국의 화폐도 브렉시트의 파편에 맞았다.

남아공의 랜드가 4.4%, 헝가리 포린트가 3.5%, 멕시코 페소가 3.6%, 폴란드 즈위티가 4.4% 각각 하락했다.

일본 화폐인 엔의 달러 대비 가치는 4% 가까이 급등했다.

엔은 국제 통화 중에서도 안전 통화로 분류되고 있어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에는 인기를 구가한다.

달러는 엔 대비로는 가치가 하락했지만 다른 화폐와의 교환에서는 가치가 올라갔다.

주요국 화폐 대비 달러의 강세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2.5%가량 상승했다.'

    ◇신용평가기관 무디스, 영국 신용등급 '부정적'으로 하향
한편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 전망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영국의 국가신용등급은 기존의 'Aa1'을 그대로 유지했다.

무디스는 "앞으로 수년간 영국은 EU와 교역관계를 재협상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불확실성을 높이고 신뢰도를 낮추며 지출과 투자를 줄인다"고 설명했다.

또 "장기적으로 영국이 EU나 다른 국가와의 교역 협상에서 유리한 내용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영국의 성장 전망은 현재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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