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SBS ‘닥터스’ 김래원

 

주변사람 기분좋게하는 따뜻한 선생님이자

환자 구하지 못한 죄책감 안고 사는 의사

■ KBS ‘뷰티풀 마인드’ 장혁

찬바람 쌩쌩 부는 감정장애 의사

수술 실력은 대한민국 넘버원

상반된 매력을 가진 두 의사가 시청자들을 동시에 공략하고 있다.

인간미는 커녕, 감정도 느끼지 못하지만 신의 손을 가진 의사와 인간미가 흘러 넘쳐 주변 사람들을 감화시키지만 그 인간미에 발목이 잡히기도 하는 의사.

상반된 캐릭터를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이 두 캐릭터를 신뢰감을 주는 두 배우가 맡았다는 점도 흥미를 배가한다.

지난 20일 나란히 시작한 KBS 2TV ‘뷰티풀 마인드’의 장혁(40)과 SBS TV ‘닥터스’의 김래원(35)이다.

시청률에서는 ‘닥터스’의 압승이다. 국내 시청자가 선호하는 밝은 로맨스를 무기로 내세운 ‘닥터스’가 그림자 짙게 드리운 스릴러 장르와 이종교배된 ‘뷰티풀 마인드’를 멀찌감치 앞섰다.

하지만 두 주인공의 연기와 캐릭터, 드라마의 이야기는 시청률을 떠나 고루 회자되고 있다.

 

● ‘신의 손’ 장혁 vs ‘인간미 넘치는’ 김래원

 

장혁과 김래원 모두 신경외과 의사다. 긴박한 수술 장면을 통해 생사를 넘나드는 상황을 그려야 제격인 의학드라마에서는 으레 신경외과의의 활약이 중심에 놓이게 된다.

일단 수술 솜씨는 장혁이 먼저 과시했다.

‘뷰티풀 마인드’의 주인공 이영오는 천재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엄청난 장애가 있지만 그게 수술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다. 심지어 각종 기계로 검사를 해야만 알 수 있는 사실들을 두 눈과 직관으로 알아내 위험천만한 상황에 처한 환자들을 잇따라 구제했으니 엄지손가락이 절로 들린다.

이런 의사가 있다면 수술 예약이 10년은 단숨에 꽉 찰 듯하다. 오차와 실수가 없고, 수술 성공 가능성을 초장에 따지니 실패할 수술도 없다.

인간미도 없고, 찬바람이 쌩쌩 불지만 절박한 환자들에게 그게 무슨 상관이랴. 환자들은 살려달라고 이영오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진다.

장혁은 그런 이영오를 맡아 특유의 성실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어떤 역을 맡든 잔재주나 트릭에 의존하지 않고 꽉 찬 성실함과 진지함을 보여주는 장혁은 이영오를 통해서도 괜스레 폼을 잡지 않는다.

현란한 수술 실력과 두뇌회전으로 감탄을 자아내는 역할이지만 장혁은 이영오가 알고 보면 24시간 성공적인 수술만을 생각하고 연구하는 외골수임을 성실하게 연기하고 있다.

반면, ‘닥터스’의 1~2회에서 고교 교사 홍지홍으로 등장한 김래원은 아직 의술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차례 길거리에서 응급상황에 처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것으로 과거 의학도였음을 보여주긴 했지만 아직 의사로서 등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기까지만 봐도 ‘닥터스’의 홍지홍은 앞으로 마음마저 기대고 싶은 의사가 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따뜻한 마음이 주변 모든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들을 선한 쪽으로 이끄는 데도 일조한다.

자신이 지도하는 학생들의 특징을 하나하나 파악해 시치미를 뗀 채 조용하고 찬찬히 그들의 앞길을 인도하는 지홍의 모습은 지켜보는 시청자의 마음도 쓰다듬는다.

커다랗고 환한 미소가 일품인 김래원은 그런 홍지홍을 맞춤옷처럼 소화해낸다. 유들유들하면서도 판단이 정확하고 사려 깊은 홍지홍은 김래원을 만나 여성들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또한 이런 교사를 만났다면 내 인생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할 만큼 김래원은 홍지홍을 통해 포근하게 시청자의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 의사 자신의 치유 이야기

‘뷰티풀 마인드’와 ‘닥터스’의 공통점은 또 있다. 나란히 의사인 남자 주인공이 여주인공으로 인해 치유받는다는 점이다.

천재 의사지만 인간적으로 심각한 결함을 가진 ‘뷰티풀 마인드’의 이영오는 타인과의 교감 능력이 없어 자칫 사이코패스로 보이기도 한다.

그간 과도한 자신감을 보여준 의사 캐릭터는 많았지만, 이영오는 한 발 더 나아가 로봇 같은 면이 있어 또다른 면에서 위험하다.

‘뷰티풀 마인드’는 그런 이영오가 오지랖이 넓고 따뜻한 교통순경 계진성(박소담 분)을 통해 장애를 치유하는 과정을 따라갈 예정이다.

지금까지 이영오는 타인의 감정을 표정과 몸짓으로 읽고 계산하는 법을 아버지로부터 배워 암기했다. 그런 그가 열혈 순경인 계진성을 통해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의문의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과정과 함께 의문투성이인 이영오의 삶을 풀어가는 과정이 드라마의 두 바퀴가 된다.

‘닥터스’의 홍지홍은 명석한 두뇌를 가진 전도유망한 의학도였다. 그러나 인턴시절 환자의 체온을 재지 않은 실수의 여파로 수술 중 환자가 죽자 충격을 받고 병원을 떠났다.

신경외과의가 환자가 죽을 때마다 휘청댄다면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버티기 어려울 터. 인간미에 발목을 잡힌 의사다.

드라마는 그런 홍지홍이 짧고 굵게 학교에서 제자로 만난 혜정(박신혜)을 통해 자신의 꿈을 돌아보고 이후 병원으로 돌아가 신경외과 교수가 되는 이야기를 펼치게 된다.

13년 뒤 의사가 된 혜정은 병원에서 지홍과 재회하게 되고 둘은 환자를 치료하면서 자신들의 상처도 치유하게 된다.

‘닥터스’는 ‘진정한 사랑은 진정한 자아를 만나게 해준다는 사실’을 지홍과 혜정의 관계를 통해 그려낼 예정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