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지역별 배치…“여학생 상담, 여경이 맡아야”
충북 470여개교에 47명 배치…여경은 태부족해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부산에서 학교전담경찰관이 관리하던 여고생과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은 정황이 드러나 파문이 일면서 학교전담경찰관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학교전담경찰관은 학교에 배치돼 학교폭력 예방 강연이나 캠페인을 하거나 비행청소년 상담, 선도 업무를 담당한다. 2012년 전국 16개 지방경찰청에서 일제히 시행됐으며 현재 충북도내에는 모두 47명의 학교전담 경찰관이 배치돼 있다.

이들은 보통 일선 경찰서 여성청소년계와 여성청소년수사계에 소속돼 인근 지역의 학교를 담당한다.

문제는 이처럼 지역별로 학교 배정이 이뤄지다보니 상담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1명의 경찰관이 지역 내 초·중·고교생 등 학력별 단계 없이 모든 학생을 상대해야 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더구나 경찰관이 단순히 지역별로 배치되다 보니 남녀 구분 없이 상담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경우도 허다하게 생긴다. 전국적인 공분을 산 이번 부산 사건도 이제 갓 서른을 넘긴 젊은 남자 경찰관이 여고생을 상담·관리하면서 일어났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요즘에는 남녀공학 학교가 많다 보니 경찰관을 남녀별로 나눠 관리를 맡기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지정된 상담장소가 없는 것도 문제다. 학교 안에 상담소가 있는 곳이 있거나 학교 주변 문구점 등에 배움터지킴이에서 상담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 경찰관의 차량 안에서 상담이 이뤄지기도 한다.

아동청소년 보호단체는 경찰관을 지역별로 배치하는 것보다 학년 단계별, 남녀 학생별 등으로 나눠 전문성을 높이고 성문제 등 청소년들이 예민하게 여길만한 상담 등은 반드시 여성경찰관이 맡도록 하는 운영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충북에서도 부산과 비슷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내에서는 47명의 전담경찰관이 도내 470여개가 넘는 학교들을 관리하고 있다. 단순 수치로는 전담 경찰관 한 사람이 10곳의 학교를 담당해야 하는 셈이어서 상담 전문성 저하 등의 우려도 이어진다.

문제는 부족한 인력이다. 여학교에 여경을 배치하는 것이 원칙이나 여경 증가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올해 도내 배치된 여경은 117명으로 지난해 50여명에 비하면 120%가량 증가했으나 지구대, 순찰팀 등 필요 인력 수요를 감안하면 여경은 아직도 부족하다.

그렇지만 현재 남자 경찰과 비슷한 숫자로 채용하는 여경의 규모를 더 늘리기도 어렵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충북경찰청은 팀별 활동으로 부족한 인원을 보완하고 있다. 여학교의 경우에는 되도록 여경을 전담경찰관으로 배치, 학생들과 성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일반 경찰관이 아닌 상담이나 심리, 교육 분야 전문가를 특채해 투입하기도 한다. 피해자가 여학생일 때 여경이 전문 조사관으로 나서는 방식도 쓰고 있다.

충북경찰청 관계자는 “경찰관 배치와 전문성에 대한 고민은 이전부터 있었으나 문제는 인원부족”이라며 “부족한 인원을 보완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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