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발표 예정이던 국립한국문학관 부지 선정이 돌연 무기한 중단됐다.
한국문학관 건립사업 유치에 뛰어들었던 청주시를 비롯한 충청권 7곳 등 전국 지자체 24곳은 당혹감을 넘어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정부가 스스로 정책 신뢰를 떨어뜨리고 지자체들의 행정력을 낭비하게 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그동안 정·관계 등의 극심한 입김과 로비에다 지역 여론 악화에 부담을 느낀 정부가 뚜렷한 대안 없이 국책사업 추진을 미루면서 정부 주도사업의 추진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영남권 신공항 사업 백지화에 이어 또다시 ‘지역 갈등’을 이유로 국책사업이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 하반기에 ‘한국 문학 진흥 중장기 종합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대책에 문학관 위치 결정이 포함될지 불분명하며, 다음 정부로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국문학관은 오는 8월 시행을 앞둔 문학진흥법에 따라 국비 450억원을 들여 한국문학 유산과 원본 자료의 체계적 수집·복원·보존·연구·전시·교육기능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2020년 개관할 계획이었다.
지난 5월 25일 후보지를 공모한 결과 울산광역시를 제외한 16개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24곳이 유치 신청서를 냈다.
문체부는 부지 확보가 쉬운 곳,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학관으로 위상 정립을 할 수 있는 곳, 대중교통 접근이 좋고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는 곳 등을 평가 기준으로 삼아 전문가 평가위원회를 거쳐 6월 말 우선협상대상 후보지를 선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모를 시작한 뒤 유치를 위한 지자체간 치열한 경쟁이 붙자 문체부는 신청지역이 많다는 이유를 들어 7월로 미뤘다.
문체부는 지난 24일 지역갈등을 이유로 건립 공모절차를 잠정 중단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진행되던 공모사업을 정부가 사전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중단한 것은 전무후무한 일일 것이다.
최근 영남권 신공항 사업 백지화에 연이어 나온 국책사업 중단조치여서 정부의 공신력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됐다.
비교적 소규모의 국책사업인데도 불구하고 지자체 간 유치경쟁이 너무 과열된 감이 없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각 지역의 문학적 자존심을 건 대결 양상, 막 개원한 20대 국회의 입김 등이 작용하면서 정부를 당혹스럽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책사업 성격상 유치경쟁은 예견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공모신청을 한 후보지역과 사전 협의나 통보도 없이 일방적으로 공모절차 중단을 발표한 것은 많은 논란의 소지를 않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경쟁이 뜨겁다고 해 부지 선정을 미루거나 안 하는 것은 지자체 간 갈등 조정이라는 정부의 기본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상징성’, ‘접근성’, ‘확장성’의 원칙을 지켜 문학계와의 논의와 자문, 연구를 거쳐 차근차근 추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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