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에서 돌풍 일으키며 제3당으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국민의당과 원내 제1당이 됐던 더불어민주당이 도덕성과 직결된 대형 악재로 휘청거리고 있다. 두 야당대표가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지만 여론은 차갑기만 하다. 국민들은 16년 만에 여소야대라는 준엄한 심판을 내리고 19대 국회와는 다른 정치를 해달라며 야당에게 무한한 책임을 부여했지만 20대 국회를 알리는 시작 종소리와 함께 불거져 나온 불법의혹에 참담함을 느끼고 있다.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7번인 김수민 의원의 총선 홍보비 파동으로 촉발된 '검풍'(檢風)이 강타하면서 창당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더민주당은 서영교 의원의 딸을 인턴비서로 채용 하는 등 '가족채용'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검찰은 27일 왕주현 사무부총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 또 당 회계책임자인 박선숙 의원이 17시간에 걸친 검찰 조사를 받았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홍보업체 브랜드호텔의 광고·홍보 전문가들로 꾸려진 TF 선거 홍보 업무를 총괄해온 왕 부총장은 3∼5월 사이 선거운동 관련 대가를 지급하려고 선거 공보물 인쇄업체 비컴과 TV광고 대행을 맡은 세미콜론에 광고계약과 관련한 리베이트 총 2억1620여만원을 요구해 TF에 이를 지급하게 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고 있다. 왕 부총장은 이후 리베이트로 TF에 지급된 돈까지 국민의당이 실제 사용한 선거비용인 것처럼 속여 선관위에 3억여원의 허위 보전 청구를 해 1억여원을 받아 편취한 혐의(사기)도 있다.
더민주당의 서 의원에게 그동안 제기된 논란 또한 가볍지 않다. 서 의원은 자신의 딸을 19대 국회 때인 2014년 약 5개월간 의원실 유급 인턴으로 채용했다. 그는 과거 친오빠를 후원회 회계책임자로 등록하고 인건비를 지급했다는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서 의원은 지난해에는 친동생을 5급 비서관으로 채용했다. 서 의원은 '국회의원 특권 남용의 챔피언감'이다. 서 의원은 이른바 갑의 횡포에서 을을 지키겠다고 만든 당내 을지로위원회 위원이었다. 공사(公私) 조차 구분 못하는 사람이 국회에 있어서야 되겠느냐는 따가운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데 이들 사건을 놓고 두 야당의 대응이 안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민주당은 서 의원 딸의 인턴채용 논란이 터져 나온 이후 무대응으로 일관하다 또다른 의혹이 잇따라 드러나고 여론의 비난이 거세지자 정식 감찰에 돌입하는 등 뒤늦게 파문 진화에 나섰다.
국민의당은 김수민 의원의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해 지난 15일 "홍보업체의 자금이 당으로 들어온 것은 없다"고 자체 중간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 하는 등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받았다. 지금까지 나온 의혹이나 수사 상황만으로도 국민의당에 기대를 건 많은 국민들을 실망시킬 만하다.
국민의당은 28일 홍보비 파동에 연루된 박선숙, 김수민 의원과 구속된 왕주현 사무부총장에 대한 처분과 관련, 제명이나 출당이 아닌 이들이 기소될 경우 즉시 당원권을 정지키로 했다.
국민들은 여소야대의 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불법의혹과 도덕성 논란으로 야당 대표들이 대국민 사과하는 모습을 상상이라도 했을까. '헌정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19대 국회의 전철(前轍)을 밟지 말라는 총선에서의 민의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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