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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달콤함의 비애<김혜식>
기고- 달콤함의 비애<김혜식>
  • 동양일보
  • 승인 2016.07.0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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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수필가)
▲ 김혜식(수필가)

유명한 모 가수 그림 대작 사건은 사건 전모가 거짓말 진수(眞髓)였다. 엄밀히 따지면 진수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타인 능력을 빌려 마치 자기 것인 양 행세 하는 것은 거짓말이기에 앞서 엄연한 범법 행위이다. 거짓말을 논하려니 지난날 어느 학생 일이 떠오른다.
십 수 년 전  교육 사업을 할 때 일이다. 몇 달 문예 창작을 지도해 달라는 부탁을 어느 여고생 부모로부터 받은 적 있다. 드디어 그 여학생과 첫날 수업을 할 때이다. 학생 자신은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싶단다. 그런데 자신의 부모님은 막무가내로 국문과를 지망하라고 강요 한단다. 그 애는 억지춘향으로 수업에 임하는 태도였다. 그 날 나는 첫날이라 가볍게 수업을 마친 후 칼럼 한편 써오라고 숙제를 내줬다.
며칠 후 수업 날 학생은 숙제를 해오지 않았다. 글쓰기를 어렵게 여기지 말고 부담 없이 글을 써보라는 나에 권유도 잊은 듯했다. 도무지 글이 써지지 않는다는 변명만 늘어놓았다. 또 자신은 아직 칼럼이란 글이 어떤 형식으로 쓰는지조차 모른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 후 우연히 어느 신문 지상에서 낯익은 얼굴과 이름을 발견 했다. 피서지에서 사람들이 마구 버린 쓰레기로 행락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는 그 학생이 쓴 칼럼 내용이었다. 그 글 곁엔 여고생 사진이 버젓이 인쇄돼 있었다.
그것을 보자 무언가 한 대 머리를 호되게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칼럼이 무엇인지조차 모른다는 학생이 어떻게 이렇게 능숙한 필력으로 글을 썼을까 싶었다. 물론 그동안 학생한테 어느 정도 재능이 엿보였으니 부모들은 자신에 자식을 대학 국문과에 입학시켜 훗날 소설가로 키우겠다는 꿈을 가졌을 것이다.
그 이후 나는 바빠서 이 학생을 가르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그 학생과의 수업을 포기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사람은 누구나 관심 깊은 일을 할 때 능력도 오르고 신바람이 나기 마련이다. 한편 문학에 뜻을 갖는 이라면 신문 사설이나 칼럼, 논문에 대한 글의 장르 구분 정도는 기본 상식으로 알고 있다고 본다. 그 학생은 문학 공부가 자신 적성에 맞지 않았기 때문에 내 앞에서 칼럼이 어떤 글인지 모른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 학생 언행을 통하여 나는 될 성 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안다고 장차 문인이 될 자격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 애는 거짓말뿐만 아니라  평소 어른을 봐도 인사성도 없다. 자신을 가르치는 내 앞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 담배를 피우는 등 버르장머리가 없다. 그런 학생을 지도한다는 게 왠지 썩 내키지 않았다. 
문학 어떤 장르의 글이든 머리로 쓴 글은 깊은 울림을 주지 못한다. 즉 문학은 글쓴이의 지성을 밑바탕으로 창작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지성이란 무엇인가. 사전을 찾아보면 ‘지성이란 사물을 개념에 의하여 사고하거나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판정하는 오성적 능력’이라고 정의 했다. 이에 더하여 나는 흑백 논리에 정확하고 사람다운 면모를 갖췄을 때 지성인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부모의 성화에 등 떠밀려 설령 그 학생이 나중에 작가가 되어 글을 쓴다고 가정했을 때 일이다. 내면이 반듯하지 못한데 어찌 좋은 글을 창작 할 수 있을 런지 괜스레 기우마저 앞선다.
문인이라고 해서 매사를 성인군자처럼 행동하란 이야기는 아니다. 적어도 문인이라면 여느 사람보다 의식이 선명하고 가슴이 따뜻해야 한다. 또한 겸양을 갖췄을 때 훌륭한 글도 창작 할 수 있다. 자신에 붓끝으로 정의와 아름다운 이야기를 논하여 널리 많은 이들에게 알려야 하는 작가임에랴 더욱 그러하다. 일찍 그 학생이 작가 입문의 꿈을 지녔다면 떡잎 시절부터 금세 탄로 날 거짓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진실은 거짓에 비하여 마치 화장기 없는 시골 아낙 모습과 같다. 화장의 생명은 얼굴에 부족한 점을 보완, 수정하는 게 아니던가. 진실은 단점이나 허물을 요란스럽게 포장화 하지 않은 순수함 그대로여서 선뜻 그것이 눈에 잘 안 띈다. 또한 걸음이 매우 느려 실체를 보이기까진 긴 시간을 요한다. 하지만 거짓은 어떤가? 참으로 그 모양새가 현란하다. 행동도 민첩하다. 거짓말이 입에서 떨어지자마자 재빠르게 사람들의 총명한 귀와 눈을 현혹시키곤 한다. 거짓의 파급효과는 상당하여 커지면 커질수록 오히려 그것을 사실로 믿는 속성이 작용한다. 동서고금 거짓말을 가장 잘하는 사람이 위대한 통치자나 정치가가 되었다는 예가 그 증명이다.
거짓말은 때로는 방패 막, 보호막이 되기도 한다. 그럴싸한 가면, 허울로 변신하여 온몸을 화려하게 감싸주기도 한다. 그 달디 단 맛은 꿀맛을 능가 한다. 그러나 조심할 일이다. 지나치면 자신을 파멸시키고 이웃을 해하는 사회악(惡)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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