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의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30일 9명의 재판관중 7대2 의견으로 언론인이 선거운동을 할 경우 처벌하는 공직선거법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언론인의 자격으로 언론매체를 통해 특정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는 등의 선거운동은 금지대상이 맞지만, 개인자격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것까지 전면적으로 금지할 수 없다는 취지다.
현행 선거법이 지나치게 넓은 범위에서 언론인의 선거운동을 금지해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이 사건은 검찰이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주진우 시사인 기자 등에 대해 언론인의 선거운동금지조항을 위반했다고 기소하면서 불거졌다. 인터넷 팝캐스트인 ‘나는 꼼수다’ 패널인 김 씨 등은 2012년 4.11 총선 직전 8차례에 걸쳐 당시 민주통합당 정동영 후보와 김용민 후보 등을 대중 앞에서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대규모 집회를 연 혐의(공직선걱법 위반)로 기소됐다.
문제 조항은 공직선거법 제60조1항 제5호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언론인’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해당 조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언론인’이라고 규정해 ‘언론인’이라는 단어 외에 대통령령에서 정할 내용의 한계를 설정해 주는 다른 수식어가 없다”며 “다양한 언론매체중에서 어느 범위로 한정할지, 어떤 업무에 어느정도 관여하는 자까지 언론인에 포함될 것인지 등을 예측하기 어려워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인에게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지 않고 정당가입이 전면 허용되는 것을 고려하면 업무 외적으로 개인적인 판단에 따라 선거운동을 하는 것까지 전면적으로 금지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소수의견을 낸 2명의 재판관은 “언론의 특정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가 허용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언론인 개인의 선거운동은 자칫 그 언론인이 종사하는 언론기관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며 반대했다.
현대사회에서 언론과 언론인의 범위와 한계는 더욱 모호해지고 있다. SNS가 활발해지고 있고 인터넷신문을 중심으로 시민과 언론인의 관계는 불분명해지고 있다.
언론인은 공무원처럼 공적 권력을 남용할 여지가 있다고 할 수 없는 데도 그 업무를 이유로 제한하는 것은 ‘입을 틀어막겠다’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해외 언론의 경우 선거에서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곤 한다. 예를 들어 뉴욕타임즈는 이번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힐러리 후보 지지를 공식 표명했다. 그렇다고 이런 행위가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한다고 보는 미국사람들은 없다. 언론의 과장 및 왜곡보도에 대해서는 다른 법률로 규제가 가능하고 억지를 부릴 경우 스스로의 평판을 깎아 먹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언론 스스로 자숙과 자정에 나선다.
이번 판결로 언론인의 정당활동이나 정치적 발언은 과거보다 더 자유로워질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거대 신문과 방송을 중심으로 행해져 온 언론기관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을 불식시키는 일은 여전히 숙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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