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데몰리션

▲ 데몰리션

“슬프지 않아”… 아내 잃은 남자의 파괴본능 속 드러난 진심

■ 미친개들

은행 강도와 인질, 그리고 한개의 돈가방 속 놀라운 반전

아내가 교통사고로 죽었는데도 눈물을 흘리기는커녕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은 남자. (‘데몰리션’)

딸의 장기이식 수술을 위해 병원으로 향하던 중 경찰에 쫓기는 은행강도 일당에게 인질로 잡힌 남자. (‘미친개들’)

그런데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미국 영화 ‘데몰리션’의 주인공 ‘데이비스’(제이크 질렌할)는 교통사고로 아내 ‘줄리아’(헤더 린드)를 잃었다. 그것도 자신과 함께 타고 가던 차 안에서.

▲ 미친개들

‘줄리아’의 부모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은 모두 ‘줄리아’의 죽음을 애도하고 ‘데이비스’를 위로하지만, 정작 ‘데이비스’는 아무렇지도 않다.

아내를 잃은 그날 병원의 고장 난 자판기가 돈을 먹자 아내가 죽은 것보다 돈을 날린 것에 더 화를 낸다. 또 다음 날에는 여느 때와 다름 없이 회사에 출근하고 회의를 한다.

심지어 아내의 장례식장에선 사람들과 슬픔을 나누는 대신 자판기 회사에 항의 편지를 쓴다.

그런데 항의로 시작된 편지가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창구가 된다.

아내와의 만남부터 결혼생활, 그리고 자신은 아내를 사랑하지 않은 것 같다는 말까지.

이렇게 ‘데이비스’는 매일 자판기 회사에 편지를 쓰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이를 읽은 자판기 회사 고객센터 직원 ‘캐런’(나오미 왓츠)이 그에게 전화하면서 일상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데몰리션(demolition)은 파괴, 폭파라는 뜻이다.

실제로 영화에서 ‘데이비스’는 커피머신에서 시작해 컴퓨터, 화장실 문, 나중에는 심지어 아내와의 추억이 남아 있는 집까지 모두 분해하고 파괴한다.

이런 파괴행위는 그가 자신의 결혼생활을 하나하나 꺼내 처음부터 다시 곱씹어보는 행위로 이어진다.

그리고 ‘데이비스’는 자신조차 몰랐던 자신의 진짜 마음을 깨닫게 된다.

‘데몰리션’이 ‘데이비스’의 감정을 따라가며 서서히 진실에 다가간다면 프랑스 영화 ‘미친개들’은 모든 것을 한 번에 뒤집는 충격적인 반전으로 관객의 뒤통수를 친다.

은행을 털고 나오던 중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고 쫓기게 된 ‘사브리’(귀욤 고익스) 일당.

경찰을 따돌리기 위해 신혼여행을 온 여자(비에르지니 르도엔)를 인질로 잡은 이들은 딸의 장기이식을 위해 병원으로 향하던 남자(램버트 윌슨)의 차에 타게 된다.

여자는 호시탐탐 도망갈 기회를 엿보는 반면, ‘사브리’에게 국경선까지 데려다 주면 모두 살려주겠다는 약속을 믿은 남자는 은행강도 일당이 원하는 대로 탈주할 수 있도록 최대한 협력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생각을 품은 3명의 은행강도와 3명의 인질의 위험한 질주가 시작된다.

영화는 은행털이가 발생한 시각으로 시작해 약 30분 간격으로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며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그리고 중간 중간 강도와 여자, 그리고 남자의 사연을 말로 혹은 영상으로 보여준다.

이렇게 7시간이 흐르고 대탈주가 마지막에 이를 즈음, 모두의 운명을 뒤바꿀 반전이 일어난다.

반전에 대한 힌트는 영화 중간 대사에 나온다.

“보이는 게 다 진실은 아니었어.”

‘데몰리션’=7월 13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100분.

‘미친개들’=7월 7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9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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