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데

담 그늘 뽀리뱅이 조용히 와서 포실하게 섰다 가고

냉이 마당가에 넓적하게 앉아서 놀다 가고

봉당 밑 돌 틈 새콤한 괭이밥 종알종알

빈 우편함 느긋하게 늘어진 햇살

얼룩진 흙벽엔 산비둘기 그림자 소리 없이 스쳐가고

사진액자 걸렸던 바람벽엔 두고두고 떠나지 않던

이름 몇 개 얼핏 떠오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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