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코미디언 하페의 산티아고로 떠나는 순례길

(연합뉴스)올여름 여행을 떠나기 어렵다면 이 영화를 보는 것은 어떨까.

자기 자신을 돌아보려고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로 향한 한 코미디언의 이야기를 그린 ‘나의 산티아고’는 여행에 대한 갈증을 풀어줄 만한 영화다.

영화에서 인기 절정의 코미디언 하페(데비드 슈트리조)는 무대 위에서 공연 중 쓰러진다. 담낭이 터지고 심근경색이 왔다.

의사는 그에게 죽기 싫으면 3개월간 아무 일도 하지 말고 안정을 취하라고 경고한다.

집에서 무료하게 지내던 하페는 돌연 순례길에 오르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시작한 여행이 42일이나 걸릴지는 그도 예상치 못했을 터.

그의 순례길은 순탄치 않다. 첫날부터 폭우가 쏟아지고, 순례자들의 숙소는 바퀴벌레가 기어다닐 정도로 지저분하다.

평소 소파에 앉아 감자칩이나 먹으며 TV를 보던 그에게 하루 20∼30㎞ 도보는 무리였다.

하페는 중간 중간 히치하이킹을 하거나 허름한 순례자 숙소가 아닌 호텔에서 묶는 편법을 쓴다.

하페는 최종 목적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 또 이번 고행의 순례길 여행을 통해 인생의 목적을 알아낼 수 있을까.

영화 ‘나의 산티아고’는 실제 독일의 유명 코미디언인 하페 케르켈링이 2006년 쓴 여행 에세이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나의 야고보길 여행’을 원작으로 한다.

하페는 영화에서 그려지듯 과로로 쓰러진 것을 계기로 스페인 산티아고로 떠난다.

그는 순례길을 걸으면서 자신에게 던졌던 정체성에 대한 고민, 신의 존재에 대한 물음과 길에서 만난 친구들과의 일화를 이 책에 진지하면서도 위트 있게 풀어냈다.

책은 전 세계적으로 500만부 이상 팔렸고, 독일에서는 야고보 길 순례 여행 붐을 일으켰다.

영화는 원작을 충실히 따르며 코미디언 하페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스크린에 구현했다.

지평선 너머로 펼쳐진 밀밭, 목초지, 포도밭이 만들어낸 장관, 거친 흙길, 황무지에서부터 고즈넉한 숲길, 병풍처럼 둘러싸인 암벽의 절경까지 800㎞에 달하는 순례길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 준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다 보면 하폐와 함께 순례길 도보 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거나 실제로 순례길을 걷고 싶다는 욕구가 들 수 있다.

여행을 통해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시공간에 들어서면 자기 자신을 되돌아볼 여유를 갖게 된다.

‘나의 산티아고’는 여행의 이런 미덕을 다시 한번 깨우쳐 주는 영화다.

1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92분.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