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공군사관학교 교수)

▲ 김병주(공군사관학교 교수)

올림픽이 시작된 지 100여 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2004년 아테네에서는 다시 올림픽이 개최됐다. 당시 필자는 TV중계방송 해설을 위해 아테네를 방문했다. 그 곳은 올림픽의 발상지 아테네를 소개하기 위해 모인 세계 각국의 기자들로 취재열기가 뜨거웠다. 오늘날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스포츠 이벤트로 성장한 올림픽의 발상지로서 아테네는 세계 스포츠인들의 성지가 돼 있었다.
 1986년 프랑스의 쿠베르탱에 의해 첫 대회가 열린 올림픽은 유럽을 중심으로 한 근대스포츠 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 초기 올림픽은 스포츠맨십과 아마추어리즘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의 올림픽은 상업주의로 인한 올림픽정신의 쇠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한 유럽중심의 스포츠종목들이 대부분이며 각 종목별 국제연맹들을 보면, 회원국은 유럽중심이고 자본은 중동이 지배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최근 국제스포츠계에서 동양권의 저항이 점점 커지고 있다.
 세계에는 수많은 무예들이 존재한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동북아를 중심으로 무예가 성행한 것으로 알고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의 무예와 비슷한 여러 유형의 무예는 세계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씨름과 비슷한 우즈베키스탄의 ‘크라쉬’, 다양한 민족들의 샅바씨름을 정형화한 ‘벨트레슬링’, 그리고 영화 ‘아저씨’에서 원빈이 보여준 동남아 지역의 ‘시라트’라는 무기술 등은 해당 지역의 문화와 관습을 반영해 독특한 모습으로 발전해 왔다.
 이러한 전통무예들은 지구촌이 글로벌화되면서 활발한 교류가 진행돼 왔고 서로간의 약속으로 만든 경기규칙을 통해 표준화된 경기방식을 취하면서 세계화가 이루어졌다. 대표적인 무예가 우리나라의 태권도와 일본의 유도다. 이외에 중국의 우슈, 일본의 가라테, 러시아의 삼보 등도 세계 100여 개국에 보급된 글로벌 무예다.
 이러한 무예의 세계화는 소비에트연방(옛 소련)이 개혁, 개방과 함께 붕괴되고 독립국가연합(CIS)과 러시아연방으로 분리되면서 활발해 졌다. 1990년대부터 독립국가들이 각국의 전통무예 육성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각국 전통무예들의 경기화가 이뤄지면서 세계종합무예대회는 많은 무예단체들이 목말라 하던 이벤트다. 하지만 그동안 개최된 대부분의 종합무예대회들은 자국의 무예를 알리기 위해 타국의 무예를 들러리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태국에서 개최된 월드마샬아츠게임은 무에타이가, 수만명이 응집한 중국의 세계무술제는 우슈가 주류를 이루는 것이었다.
 오는 9월 충북 청주에는 세계 각국의 많은 손님들이 내방한다. 바로 무예인들의 잔치인 2016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이 개최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많은 스포츠종합대회를 경험해 봤지만 이번 청주대회는 무예인의 한사람으로서 더욱 가슴이 설렌다.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은 기존 일부 국가에서 개최된 종합무예대회와는 전혀 다르다. 세계화를 이뤘거나 세계화 되고 있는 무예들의 종목별 국가대항전이다. 1990년대 여러 나라에서 꿈틀대고, 20여 년에 걸쳐 국제사회에서 체계화된 무예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진정한 ‘세계무예올림픽’인 셈이다.
 세계 각국의 무예인 2000여 명이 한 곳에 모인다는 것은 무예계 사상 최초다. 15개국 이상의 무예와 국제연맹들이 청주라는 한 도시에 모인다는 것 역시 세계 최초다.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은 TV에서만 보던 여러 무예스타들을 직접 경기장에서 볼 수 있고, 60여 개국의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충북청주가 세계무예올림픽의 발원지로서 ‘세계무예의 조화’라는 슬로건답게 전 세계 무예인들을 하나로 만드는 계기를 마련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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