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회를 비롯한 도내 시·군의회가 후반기 원 구성을 마치고 본격적인 의정활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방의회들이 의장단 선출을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을 보여 반쪽 의정으로 전락하지나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전반기에는 주로 여·야간 자리다툼으로 마찰을 빚더니 후반기에는 여·야는 물론 같은 당 의원끼리 내분을 보여 급기야는 탈당까지 하는 볼썽사나운 일까지 벌어졌다.

충북도의회는 사상 최초로 여성의장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선출과정에서 보여 준 당내 갈등은 도의회의 험난한 앞날을 예고해 주고 있다. 전체 도의원 31석중 20석을 차지, 도의회를 장악한 새누리당은 전반기에 이어 진통 끝에 김양희 의원을 의장으로 선출했다. 전반기때는 김 의원과 이언구 의원간 대결 끝에 김 의원이 패배했는데 앙금이 가시지 않는 양측의 감정싸움은 전반기 내내 갈등요인이 됐다.

이번 후반기 의장 선출을 둘러싸고도 양측은 한바탕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10대 10 동수로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었던 당내 의장후보 선출은 막판 한 의원의 ‘선택’으로 김 의원이 의장직에 오를 수 있었다.

양측의 감정은 상임위원장 구성을 놓고 또다시 재발했다. 6개 위원장 자리중 더민주가 요구한 2자리를 김 의장이 전격 수용하면서 일사천리로 끝나는가 싶던 막바지 원 구성은 의장선거에서 패한 강현삼 의원측이 요구한 2자리중 1자리만 돌아오자 지지의원 9명이 재구성을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 의장측과 대립각을 세운 9명의 면면이 그대로 드러나 향후 후반기 의회 운영의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신임 김 의장은 정파나 개인적 이해관계를 떠나 소통하며 오직 도민만을 위한 의장직을 수행하겠다고 천명했다. 김 의장은 6년전 9대 의회때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처음 도의회에 들어와 여소야대 상황에서 고군분투했다. 얼마나 독을 품고 나홀로 싸움을 해 왔으면 ‘이시종지사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었겠는가.

그렇지만 지금은 그럴 때도, 상황도 아니다. 의장이라는 타이틀은 대의기관의 수장으로 그에 걸맞는 언행이 요구되는 자리다. 일각에서 김 의원이 의장이 된 것에 대해 다소 안도하는 데는 그런 의장직에 맞는 보다 성숙한 의정활동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청 등 집행부에서는 오히려 의회와의 관계가 전반기때보다 더 원만해 질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도의회 뿐만이 아니라 보은·옥천·영동·단양군의회 등 도내 시·군에서도 의장단 선출을 둘러싸고 불거진 당내 또는 여·야간 내홍 봉합이 시급하다. 기껏해야 7~8명 밖에 안되는 의원끼리 협치는 커녕 공조를 뒤집고 합의를 깨는 수준 이하의 작태를 주민들은 언제까지 보고 있어야만 하는가. 이제 의장단은 말로만 주민 운운하지 말고 경선과정에서의 갈등을 조기 수습해 안정적인 의회운영을 보여줘야 한다. 2년후 주민 심판이 기다리고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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