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독서그룹 회원들이 1980년대 출간한 번역본 배경지 당진에 기증 결심 심훈 기념관서 볼 수 있어

▲ 소설 ‘상록수’ 일본어 번역본.

(당진=동양일보 홍여선 기자)충남 당진을 배경으로 한 일제강점기 농촌계몽 소설 ‘상록수’ 일본어 번역본을 당진 심훈 기념관에서 볼 수 있게 됐다.

11일 당진시에 따르면 1980년대 초 일본인 10여명으로 구성된 도쿄의 독서그룹 ‘상록수의 모임’이 일어로 번역해 월간지에 연재하면서 탄생한 상록수 일본어 번역본을 당진지에 기증했다.

당시 월간지에는 모두 4회까지 연재가 됐지만 출판사 사정으로 월간지가 휴간하자 독서모임 회원들이 직접 상록수 단행본을 출간하기로 했다.

이들은 두 차례나 당진을 찾아 상록수의 주인공 박동혁의 실제 모델이자 심훈의 큰조카인 심재영(1995년 작고) 씨를 만나 당시 배경과 설명을 직접 듣는 열정을 보이며 번역작업에 몰두한 끝에 번역본을 출간했다.

이같이 번역된 지 30여 년이 지난 상록수 일본어판이 오랜 시간을 거슬러 당진의 품으로 올 수 있었던 것은 번역에 참여한 독서모임 회원들이 상록수의 고향 당진에 기증을 결심했기 때문이다.

에도오 요시아키씨 등 상록수 독서모임 회원 4명은 이날 당진을 찾아 송악읍 일대 심훈 기념관을 둘러보고 심 선생이 집필활동을 했던 ‘필경사’에서 선생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진 뒤 당진시청을 방문해 정병희 부시장에게 일본어 번역본을 전달했다.

충남도 기념물 107호인 필경사는 심훈이 1935년 동아일보 창간 15주년 기념 장편소설 공모 당선작인 상록수를 집필했던 곳이다.

당시 그는 소설 ‘직녀성’의 원고료를 들이고 부족한 돈은 빚을 내가며 손수 필경사를 지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곳에서 2년간 칩거하며 상록수를 집필했다.

당진시는 심훈의 항일 및 계몽 정신을 기려 2014년 9월 필경사 옆에 심훈 기념관을 건립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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