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순 한신대 연구위원, 충북여성정책포럼 전체회의서 주장

(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탈북민 중 80%에 달하는 탈북 여성들에 대한 성인지적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탈북 여성들이 한국에 오기 전 은폐된 공간에 숨어 지내며 원치 않는 결혼과 성매매, 노예노동 등 인권유린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김화순 한신대 유라시아 연구소 연구위원은 11일 오후 충북미래여성플라자에서 ‘충북 북한 이탈 여성정책의 발전 방향’을 주제로 열린 충북여성정책포럼 2차 전체회의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날 기조발제를 통해 “탈북여성들은 체포-북송-처벌이라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숨어지내면서 북한보다 더 극한적인 상황에 몰리기도 한다”며 “최근에는 한국에서 성매매 다방에서 일하다 북한으로 돌아간 탈북 여성의 사연이 공개되기도 했다. 국가적으로 여성의 인권을 위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전국의 탈북민은 2만8795명이며 이 중 여성은 2만292명, 남성은 8503명이다. 이중 충북의 탈북민 수는 1013명이며, 여성은 815명으로 남성(198명)의 4배가 넘는다. 청주시의 탈북민이 445명으로 가장 많고 충주시는 163명, 음성군은 151명, 제천시는 79명 등이다.

또한 김 연구위원은 도내 북한이탈주민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충북도가 전면에 나서 일상공간에서 남북한 상호작용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동안 통일부는 주무부처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고 크고 작은 실무에 이르기까지 많은 일을 감당해 왔다”며 “앞으로는 정부가 모든 일을 다할 것이 아니라 지자체와 민간이 전면에 나서 남북주민 간 일상생활 속에서 통합을 이뤄나갈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서울시에서 하나플라자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채용 계획을 포함한 북한이탈주민 종합대책을 내놓은 점은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며 “남북 주민들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수 있도록 충북도 차원에서 노력했으면 한다. 만남의 광장을 마련하는 것은 큰 예산이자 지원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진 토론에서 배영길 대전하나센터장은 “성산업 종사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적절하다.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없이 빠른 취업 위주의 프로그램이 남한사회의 성공적 정착이라고 인식돼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자체의 역할에 있어서도 광역자치단체의 경우 자치행정과와 여성가족청소년과로 혼재돼 있어 문제다. 기초자치단체는 형식화된 지역협의회의 운영 외에 탈북민을 위한 사회통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북한 이탈 여성인 김금옥씨는 “탈북민 중 가족과 같이 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 혼자 와서 외롭게 사는데 못 먹고 못 살다 온 사람들이다 보니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돼 있고 외로움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오는 과정에서 비참한 결혼생활을 하거나 팔려 가는 경우도 있어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상황을 겪게 된다”며 “이들을 위해 정신과적 치료나 상담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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