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경기가 위축되면서 전국적으로 소비 트렌드를 이루는 게 있다. 바로 미래가치가 보장되는 브랜드 아파트의 인기와 일반분양 아파트에 비해 저렴하게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조합원 아파트다.

그래서일까. 청주를 비롯한 부산, 울산 등 전국 각지에서 요즘 조합원아파트 건립 붐이 일고 있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으로 추진되는 조합원 아파트는 조합원 개개인이 조합을 구성하고 사업주체가 돼 추진한다. 조합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추진하기 때문에 일반 분양 아파트에 비해 금융비용이 적게 들고 이윤을 남기지 않아도 돼 분양가가 10∼20% 저렴한 게 장점이다.

하지만 사업에 대한 모든 책임과 권한은 조합원이 진다. 한 번 가입하면 탈퇴가 어렵고 해약 때 재산상 손해를 볼 수 있다. 이해관계에 있는 조합 임원들이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돌아간다.

청주시에 따르면 최근 4년(2012년 6월 11일∼2016년 6월 11일) 동안 시로부터 조합원 아파트 설립인가를 받은 곳은 13곳 총 1만294세대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 중 사업승인을 받아 착공에 들어간 곳은 겨우 절반을 조금 넘긴 7곳, 5731세대(55.7%)에 불과하다.

심지어 이들 중 한 곳은 최근 법원으로부터 토지주로부터 토지사용 동의를 받는 과정상의 하자 등을 이유로 사업승인이 정지돼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이처럼 공사 진척이 더딘 상황에서 올 들어서만 청주지역에 영우 내안愛(애) 동남에코시티 1005세 등 3∼4곳이 새롭게 조합원 아파트 건립을 추진중에 있다. 하지만 시는 현행법 상 이들이 조합원 모집을 마치고 설립인가를 신청하기 전까지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 일체 알 수 없다고 한다. 행정기관의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들 시행사가 내건 불법현수막과 값싼 홍보지에는 조합원 가입률, 토지매입비율, 신탁사와 업무 대행사 등의 구체적인 정보가 빠져 있다. ‘600만원대 저렴한 분양가’란 값싼 현수막 광고만 보고 덜컥 조합에 가입했다간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착공일과 준공일자, 입주일자, 분양가격이 확정된 후 분양을 하는 일반 아파트와 달리 조합원 아파트는 모든 것이 미정이어서 공기 연장으로 인한 추가 부담이 발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그 안에 발생할 수 있는 어떤 변수로 청산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이런 부작용을 연유로 최근 37곳의 지역주택조합이 조합원 아파트를 추진할 정도로 과열양상을 빚고 있는 부산시는 전국 17개 시·도 중 최초로 사전신고제를 시행하고 있다. 부산은 지역주택조합이 조합원을 모집하기 전에 반드시 관할 행정기관에 신고하고 승인을 받도록 해 지도, 감독을 하고 있다. 울산시도 이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청주시를 비롯한 충북도내 대부분 지방자치단체는 손을 놓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는 8월 12일 본격 시행에 들어가는 개정 주택법이 사업부지 매입 등 일정부분의 요건을 갖추고서야 행정기관의 조합원 모집승인을 받아 진행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정비했다. 이 법안에는 조합원들의 정보공개청구권까지 보장하고 있어 더 이상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행정당국의 빠른 제도적 정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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