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신홍경 기자) 청주의 한 축사에서 지적 장애인이 임금도 받지 못하고 ‘노예’처럼 일 한 사실이 19년 만에 세상에 드러났다.

청원구 오창읍의 한 축사를 운영하는 김모(68)씨 부부는 1997년부터 최근까지 고모(48·정신지체 2급)씨에게 돈을 주지 않고 일을 시켰다. 이 부부는 고씨를 축사 옆 창고에 딸린 약 6.6㎡ 쪽방에서 숙식시키며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하게 했다.

그런데 이 사실은 19년 동안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다. 사람들의 ‘무관심’이 초래한 결과로 보인다.

매년 행정기관이 실시하고 있는 주민등록 사실조사, 인구 총 조사 등을 통해 일찌감치 이번 사건을 파악할 수 있었다. 또한 오창의 주민들이 단 한번이라도 ‘의심’을 하고 주위 깊게 보거나 신고를 했었다면 고씨의 강제 노역 생활은 조기에 발견될 수 있었다.

마을 일부 주민들은 “끼니를 굶기는 경우도 있었다”며 “몇 년 전 만덕이가 목과 팔에 상처를 입은 채 돌아다니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이 마을 주민들 역시 고씨가 자기 의지와 관계없는 노역생활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을 것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고씨와 김씨의 관계가 정상적이지 않고, 고씨가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여기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관했다.

오창읍 주민자치센터 관계자는 “고씨를 이상하게 여겨 신고한 마을 주민은 지금껏 없었다”며 “지적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사람이 농장에서 일하는 정도로 여겨 무심히 넘긴 것 같다”고 말했다.

고씨는 우연히 비를 피하려 들어간 한 공장에서 사설경비업체 경보기가 울리면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강제노역 당한 사실이 밝혀졌다.

고씨의 고통을 매일 보고도 방관한 주민들의 잔인함이 무서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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