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폭격 직전 민간인 살상 놓고 격론

(연합뉴스)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Eye in the Sky)는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에 나오는 ‘전차의 딜레마’를 떠올리게 한다.

당신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채 폭주하는 전차를 몰고 있다. 이대로 가면 저 앞쪽에서 일하는 5명의 일꾼이 죽게 된다. 그렇다고 당신이 선로 변경 스위치를 누른다면 다른 쪽에서 길을 건너던 행인 1명이 치여 죽게 된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14일 개봉한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는 전차 기관사가 드론 폭격기 조종사로 바뀌었을 뿐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케냐에 은신 중인 테러 조직 생포를 위해 영국, 미국, 케냐 3개국은 합동작전을 수행 중이다.

그러던 중 영국합동사령부의 작전지휘관 ‘캐서린 파월 대령’(헬렌 미렌)은 테러 조직의 자살폭탄테러 계획을 알게 되고 생포작전을 사살작전으로 변경한다.

파월 대령의 명령에 따라 미국 공군기지에서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던 드론 조종사 ‘스티브 와츠 중위’(아론 폴)는 버튼을 누르려는 찰나 폭발 반경 안으로 들어온 한 케냐 소녀를 목격하고 작전 보류를 요청한다.

버튼을 눌러 테러를 막고 혹시 발생할 수도 있었던 다수의 생명을 구할 것인가, 아니면 테러의 위험을 뒤로 한 채 무고한 소녀의 목숨을 구할 것인가?

영화는 ‘전차의 딜레마’에 빠진 연합군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에게도 어떤 행동이 최선인지를 묻는다.

이 영화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드론이다.

‘아이 인 더 스카이’ 즉, ‘하늘에 있는 눈’이라는 제목처럼 영화는 직접적인 대면 없이 드론을 통해 벌어지는 현대전쟁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연합군은 딱정벌레를 닮은 소형 드론을 이용해 테러 조직을 추적·감시한다. 미사일 발사를 하는 것도 드론 폭격기다.

현대전쟁은 직접 총을 쏘거나 칼을 휘두르지 않아도 된다. 마치 게임을 하듯 의자에 앉아 버튼 한 번만 누르면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영화는 소녀의 생사를 두고 회의실이나 행사장, 심지어는 화장실에서 탁상공론을 벌이는 정부나 군 고위 관계자들의 모습을 차례로 보여주며 직접 치고받고 싸우던 시대보다 훨씬 더 냉정하고 무감각해진 현대전쟁의 실상을 드러낸다.

그리고 모든 상황이 끝난 뒤 한 군 고위 간부는 이렇게 말하며 회의실을 떠난다.

“오늘 커피에 비스킷 드시면서 보던 장면은 끔찍했습니까?”

영화는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스네이프 교수’로 출연했던 배우 앨런 릭먼(1946∼2016)의 유작이기도 하다.

12세 관람가. 1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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