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대씨 소설 ‘남자는 바흐를 듣고 여자는 바흐를 느꼈다’ 발간

 

(동양일보 김재옥 기자)윤병대(59) 전 CBS 방송본부장이 최근 장편소설 ‘남자는 바흐를 듣고 여자는 바흐를 느꼈다’를 발간했다.

이 책은 주인공 성빈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삶과 내면을 통해 상대방은 물론이고 자신의 삶에 대해서조차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우리 시대의 근원적 아픔을 그려낸 소설이다.

소설 속에서는 바흐 음악을 비롯해 상황에 따라 음악이 자주 등장한다. ‘바흐’는 인간이 추구하는 삶의 목적이나 꿈일 수도 있고, 생활 속 아주 사소한 취향이나 관심사일 수도 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과거와 현재의 20대 청춘들은 자신들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현실을 딛고 살아야 하는 기성세대들은 자신들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 그리고 세대에 관계없이 인간은 누구나 고달픈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막연한 꿈을 꾼다.

그래서 같은 음악을 들으면서도 전혀 다른 반응을 하고, 다른 기억을 갖게 되며, 그럼으로써 갈등하고 방황하고 마침내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소설은 크게 두 축으로 이루어진다. 하나는 지방대학 사립대학 교수로 있는 주인공 성빈이 몸담고 있는 대학 총장 선거이며, 또 다른 한 축은 성빈이 아내와의 갈등으로 인해 빚어지는 주변 인물들 간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다.

성빈은 10년 전 불거진 아내와의 갈등으로 서울의 명문대학 교수 자리를 포기하고 지방대학으로 옮겨 혼자 살고 있는 중이다.

몇 년 전부터 그가 몸담고 있는 대학이 사학 분규에 휩싸이자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평교수들이 조직한 대책위원회 간사와 위원장을 역임하며 사학 분쟁의 중심인물이 되고, 마침내 교수들이 내세운 총장 후보로 사학재단과 결전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총장이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대학 구성원들의 권력 다툼은 인간 내면에 자리한 왜곡된 권력욕을 적나라하게 표출시키는데, 작가는 주인공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의 세세한 감정 선까지 그려낸다.

또 다른 소설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주인공 성빈과 아내와의 갈등 관계, 그리고 그로부터 빚어지는 주변 인물들 간의 엇갈린 사랑 등은 읽는 재미를 더한다.

가정을 이룬 것만으로 사랑이 완결된 것으로 보는 무심한 주인공 성빈과 섬세한 감정의 교류를 통해 일상에서 사랑을 공유하고 싶어 하는 성빈의 아내는 결국 서로가 넘을 수 없는 높은 장벽에 가로막히게 되고 이로 인해 두 사람은 또 다른 새로운 사랑을 찾아 나서게 되는데 주인공과 작가가 그려내는 그 주변 인물들의 세세한 심리 묘사가 꽤 흥미롭다.

생각을 담는 집, 279쪽,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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