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지역으로 경북 성주를 확정하자 성주 시민들의 ‘사드배치 반대’ 운동이 격렬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성주 시민들의 강한 반대운동은 이미 예견돼 있던 일로, 좌고우면없이 일방적으로 급속하게 배치결정을 내린 국방부의 책임이 크다 할 수 있다. 애초 국방부는 사드와 관련한 의심섞인 눈초리에 대해 미국과 어떠한 협상이나 합의가 없었다고 천명해왔다.
그러던 것이 일사천리로 미국과의 사드배치 합의를 발표하고, 배치지역을 발표했다. 그리고 서둘러 강한 불만을 표출하는 성주시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행보를 보였다. 물론 북핵이라는, 국가 안위와 관련된 엄중한 사안이 내포돼 있기 때문에 국방부의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사드배치가 가져올 국제적 파장과 동북아시아 국가간 역학관계를 고려하면 그렇듯 속전속결로 추진할 일은 아니었다. 사드배치를 발표하자마자 중국과 러시아는 크게 반발하며 향후 ‘보복’과 제재를 예고하고 나섰다. 대중국 무역량이 큰 우리나라로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인데, 정부부처 수장들은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한다. 참 편한 마음이다.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세력 재편도 걱정이다. 벌써부터 한국·미국·일본과 북한·중국·러시아의 신냉전 대치상황이 오는 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게 되면 북핵에 대한 제재조치로 국제적 고립을 시도했던 그간의 노력은 허사가 될 수 있다. 그동안 중국으로부터 불신을 받고 험한 소리를 들었던 북한으로서는 역으로 쾌재를 부를 일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가 일련의 사드배치와 관련된 사항을 철저히 캐비넷 속에 숨겨둔 채 국민적 합의 도출에 전혀 나서지 않았다는데 있다. 그 흔한 주민공청회 한번 열지 않았다. 그렇게 하고는 이미 결정된 사항이니 토를 달지 말라고 한다. 토를 다는 건 국론을 분열시키고 대한민국의 안위를 무너뜨리는 일이라는 거다. 국민적 함의(含意)를 모아 신중하게 일을 추진했어야 할 정부의 일방통보에 대해 요모조모 따지자 국론 분열이라는 것이다. 본말이 전도됐다.
황교안 총리가 지난 20일 성주시민들의 이해를 구한다며 사드배치 지역을 찾았다. 성난 시민들은 물병과 달걀을 던졌다. 6시간 동안 버스 안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기도 했다. 물론 그런 일들을 두고 잘한 일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황 총리가 성주시민들에게 찾아갔다는 것은 ‘낮은 자세’가 전제됐다는 것이다. 그게 이해를 구하는 기본 자세다. 황 총리는 서울로 돌아온 뒤 ‘외부 세력’을 언급했다. 사드 설명회 당시 민중연합당 관계자 5명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졸지에 ‘배후 세력’이 됐다. 그러면 그 곳에 모였던 3000여 성주시민들은 5명의 ‘배후 세력’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는 것인가. 본질을 호도하는 시각이다. 피아를 구분하고 정파성을 강조해 주민들의 뜻을 우매하게 몰고가려는 이분법적 사고요, 치졸한 겁박이다.
성주시민들이 사드에 불안감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검증되지 않은 불확실성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성주시민의 뜻을 왜곡해 ‘외부세력과의 단절’이라는 키워드로 사태 해결에 나선다면, 그것이야 말로 일을 더 키우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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