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N 이색드라마 ‘싸우자 귀신아’

(연합뉴스)고기 좋아하고 술주정하고…

발칙 코믹한 처녀 귀신 매력

악귀 상대로한 치열한 육박전

퇴마사-귀신 기이한 동거 눈길

tvN 월화극 ‘싸우자 귀신아’가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예쁜 처녀 귀신을 내세워 귀여우면서도 오싹한 판타지를 구현하고 있다. ‘또 오해영’에 이어 심야 시간 성인 시청자를 겨냥한 성적 코드도 숨기지 않는다.

4회까지 방송된 현재 시청률은 첫회에서 기록한 4.3%가 가장 높다. 4회의 시청률은 4.2%. 아직 시청률이 치고 올라가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 드라마의 발칙한 상상력은 새롭고 경쾌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 고기 좋아하고 술주정하는 예쁜 처녀 귀신과의 순수한 사랑

제사를 지내는 과정에 ‘합문’이라는 순서가 있다. 제사의 주인공인 조상님이 조용히 혼자 식사를 하시도록 후손들이 한동안 물러나와 문을 닫거나 뒤돌아서 기다리는 단계다.

이때 만약 다른 집 귀신이 와서 음식을 먹는다면?

‘싸우자 귀신아’의 포인트는 이런 식의 발칙하고 코믹한 상상력을 발휘하며 주인공 처녀 귀신의 모습을 그려나가는 것이다.

‘전설의 고향’식 한많은 처녀 귀신이 피눈물을 흘리며 나타나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게 아니라, 고3 때 죽었지만 기억상실증에 걸린 채 5년을 흘려보낸 깜찍한 처녀 귀신 김현지가 자신의 죽음의 원인을 찾아나서는 과정에서 퇴마사 박봉팔과 엮이는 이야기는 다분히 오락적이다.

특히 김현지가 계란말이와 고기를 밝히고, 술주정을 하며, 예쁜 옷에 욕심을 부리는 모습은 이 ‘저승의 문턱에서 온 그대’에게 친근감을 불러일으킨다.

“처녀 귀신 속옷이 얼마나 더러운지 아냐. 때가 꼬질꼬질하다”며 새 옷 좀 사달라고 조르고, “집도 엄마도 기억 안 나. 제삿밥도 맨날 (남의 것) 훔쳐먹는단 말이야”라고 투정부리는 김현지를 대학생 퇴마사 박봉팔은 어느새 ‘인간적’으로 대하고 있다.

죽을 당시 입었던 교복을 5년째 입고 떠도느라 옷이 다 해진 김현지를 위해 비싼 드레스를 사서 태워주고, 고기반찬을 차려주는 박봉팔은 그녀를 위해 자신의 침대까지 내주고 거실에서 쪽잠을 자고 심지어는 수능 공부까지 시켜준다. (김현지는 수능 전날 죽었으니 수능을 보면 기억이 돌아올지도 모른다며 수능 시험공부에 도전한다.)

남의 눈에는 절대 보이지 않고, 형체도 없는 처녀 귀신을 사람처럼 대하는 박봉팔의 모습은 마치 몰래하는 사랑같은 아슬아슬함과 짜릿함을 안겨준다. 여기에 김현지가 박봉팔과의 입맞춤을 통해 기억의 파편들을 찾아낼 수 있다는 설정은 성적인 판타지의 정점을 찍는다.

1인 가구, ‘혼밥족’들이 늘어가고 있는 현실에서 박봉팔과 김현지의 기이한 동거와 동행은 혼자 사는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예쁜 처녀 귀신은 ‘귀신’이라는 어감이 좀 걸릴 뿐, 초월적 존재 혹은 비현실적인 존재와의 조건없는 순수한 사랑을 구현하기에도 제격이다.

● 결코 가볍지 않은 귀신과의 육박전

‘싸우자 귀신아’는 이러한 성적 판타지에 힘있는 액션을 가미해 볼거리를 준다. 박봉팔과 귀신의 육박전, 귀신인 김현지가 다른 귀신과 펼치는 대결이 꽤나 강도 높게 그려진다.

다른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악귀일수록 힘이 세다는 설정은 이번에도 유효해, 한이 많거나 복수심에 불타거나 악독한 귀신은 상대하기가 어렵다.

드라마는 ‘여고생 파이터’ 김현지의 모습을 부각해 시선을 끌었다. 교복 입은 여고생이 싸움 실력을 발휘하는 모습은 컴퓨터 게임을 보는 것 같은 효과를 냈다. 자신보다 덩치가 큰 남자 귀신이나 악에 받친 다른 여고생 귀신과의 육박전에서 밀리지 않고 격렬하게 몸싸움을 하는 김현지의 모습은 초반 볼거리였다.

이제는 교복을 벗어던지고 하늘하늘한 드레스로 갈아입어 파이터의 느낌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김현지는 퇴마사 박봉팔과 손잡고 귀신의 약점을 찾아 공격하는 싸움을 이어간다.

귀신과의 육박전은 격투기 게임을 하는 듯 흥미를 자극하는데, 드라마는 여기에 악플러나 가정폭력, 동물학대 같은 사회의 어두운 면을 꼬집는 에피소드를 녹여놓아 나름대로 ‘의미’도 찾으려 한다.

 

● 캐릭터 제대로 못살리는 배우 연기는 아쉬워

다만 배우들의 연기와 조화가 못내 아쉽다. 드라마의 발칙하고 경쾌한 리듬감을 배우들이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옥택연과 김소현의 아직은 부족한 연기력과 깜냥이 배역의 맛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고, 둘의 시너지도 약하다.

17세 청소년 배우 김소현은 교복은 아주 잘 어울리지만, 20대 처녀 귀신을 연기하기엔 아직 어리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 ‘오 나의 귀신님’이 인기를 얻었던 것 역시 음탕한 처녀귀신에 빙의된 나봉선을 연기하는 박보영의 매력이 폭발한 덕분이었는데, 김현지를 연기하는 김소현은 그냥 예쁜 소녀에 머문다.

옥택연은 아직도 몸이 풀리지 않은 모습이다. 여전히 뻣뻣하고 딱딱하다. 퇴마의 능력이 있는 초능력자이고, 머리 좋은 대학생인 박봉팔의 캐릭터가 좀더 근사하게 그려질 수 있을텐데 옥택연은 여전히 ‘연기를 하고 싶은 모범생’의 모습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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