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장미가 담장을 에워싸고 있다

횃불 하나씩 들고 성벽을 치고 있다

가시를 품은 물방울의 가슴이 아리게 투영하다

저 부드러운 향기를 넘기엔 사랑은 아직 부족하다

 

바람은 엉겅퀴 꽃대를 흔들고

클로버잎을 들추고 지나갔다

나비의 날갯짓에 장미냄새가 반짝거렸다

구름 속에도 정원이 있는지

향기는 하늘 깊이 뿌리를 내렸다

 

소매 사이로 매미 소리가 파고들었다

꽃 진 이팝나무가 바람 소리를 내며 가지를 낮추었다

비둘기가 하늘로 솟아오르자

허공이 파문을 내며 아득히 멀어져 갔다

 

정물이 된 시간이 조각조각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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