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음성에서 2800마리 닭 폐사…충북 온열질환자 33명 달해
여름철 전력사용량 최고치 경신…선풍기 모터과열 추정 화재도

(동양일보 이도근·조석준 기자) 30도가 넘는 불볕더위가 연일 이어지면서 충북에서 가축 폐사와 온열질환자가 늘어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26일 충북도 등에 따르면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 25일 괴산군 양계농가 2곳에서 1800마리의 닭이 폐사했다. 괴산군 칠성면의 한 양계장에서는 토종닭 1200마리가, 문광면의 농가에서는 육계 600마리가 더위를 견디지 못해 죽었다. 폭염주의보가 충북 전역에 내려졌던 지난 8일에도 음성군 금왕읍의 한 축사에서 육계 1000마리가 폐사했다.

올해는 평년보다 더위가 일찍 찾아오면서 가축농가의 더위를 대비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 지난해의 폭염으로 인한 가축폐사 신고는 올해보다 보름정도 늦은 8월 초순 집중됐다.

지난 23일 충북 6개 시·군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데 이어 24일에는 도내 전역으로 확대돼 폭염주의보는 사실상 나흘째 계속됐다. 영동군에는 폭염경보가 내려지는가 하면 청주와 진천 등지에서는 열대야도 이어졌다.

불볕더위에 온열질환자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5월 22일 도내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이날까지 충북에서만 총 33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나흘째 폭염특보가 이어지면서 며칠 사이 환자가 10명이나 증가했다. 전국적으로도 지난 23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494명이다. 이 가운데 3명은 사망했다.

30도를 웃도는 폭염으로 냉방기기 사용이 늘어나면서 전력수요도 여름철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한전 충북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충북의 최대전력수요가 365만㎾를 기록, 전날 오후 5시 361만㎾에서 하루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국적으로도 이날 오후 2시 40분 기준 8132만㎾의 최대피크를 보여 전날 오후 3시 기록한 여름철 기준 사상 최고치 8050만㎾를 넘겼다.

전력예비률도 9.24%로 떨어졌다. 한자리수 전력예비률의 경우 발전소 고장이나 폭염에 따른 수요 폭등 때 전력수급이 비상단계로 진입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에어컨과 선풍기 등의 과열로 인한 화재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46분께 청주시 흥덕구 운천동 4층짜리 건물 내 A(여·54)씨 집에서 선풍기 모터 과열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 2300만원(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가 났다. 화재 당시 건물에 있던 A씨 등 5명은 긴급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다.

충북도소방본부 관계자는 “냉방기기를 오랫동안 가동하면 모터과열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며 “선풍기는 사용하기 전에 먼지를 충분히 제거하고 모터 부분이 달아오르면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도는 다음달 20일까지 폭염피해 예방대책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도는 이 기간 도내 2070곳의 무더위쉼터의 냉방기 가동실태를 점검하는 한편 취약계층의 건강관리 체계를 구축한다. 농경지, 공사장 등의 순찰도 강화키로 했다.

한전도 수급 비상단계 진입 때 긴급절전이나 추가 예비력 확보 등 단계별 수요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다. 한전 충북본부는 앞서 도내 주요 전력소비기업 12곳과 전력수급 ‘주의’단계 때 긴급절전하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고 전기사용급증이 예상되는 상가 밀집지역 등의 전력설비에 대한 사전점검에 나서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청주기상지청은 27일 북한에서 남하하는 장마전선의 영향을 점차 받아 오후부터 비가 오겠다고 예보했다. 예상강수량은 10~40㎜이며 비는 28일 오후 대부분 그치겠다.

비가 오면서 아침 최저기온은 23~26도, 낮 최고기온은 30~31도로 전날보다 조금 낮겠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7시를 기해 대전과 세종, 충남·북에 내려졌던 폭염특보는 모두 해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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